트럼프, 시추 개방·세금 감면 등 정책 선물 보따리 풀어
유가 하락과 비용 상승에 기업 수익성은 악화…고용 시장도 '찬바람'
유가 하락과 비용 상승에 기업 수익성은 악화…고용 시장도 '찬바람'

◇ 쏟아지는 정책 선물…백악관 문턱도 낮춰
트럼프 행정부는 다방면에 걸쳐 석유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한했던 알래스카와 연방 소유 해역의 신규 유전 개발을 다시 열었고, 중단했던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사업도 승인해 켈시 워런이 이끄는 에너지 트랜스퍼의 '레이크 찰스 LNG' 프로젝트가 되살아났다.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도 뒤따랐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 부르는 트럼프식 세제개편안으로 코노코필립스, EOG 리소시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같은 주요 기업들은 2025년에만 12억 달러(약 1조 6708억 원) 넘는 세금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이 혜택은 앞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백악관과의 소통 창구도 완전히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CEO 등과 직접 소통하며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을 비롯해 '에너지 지배 위원회' 등 주요 직책에 석유업계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 잡았다. 선거 자금줄 노릇을 한 해럴드 햄 콘티넨털 리소시스 창업자 같은 인사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 저유가·고비용의 덫…고용 시장도 '찬바람'
이러한 정책 지원에도 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배럴당 76달러 선이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6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수 중소 시추업체들로서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가격 탓에 도산과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이유로 "배럴당 40달러 밑도는 유가"를 선호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와 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업계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또 다른 악재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의 관세는 시추 장비와 파이프라인 건설 비용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시추업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관세 탓에 유정 건설 비용이 25%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수익성 악화는 고용 시장에도 찬바람을 몰고 왔다. 2025년 들어 8월까지 석유·가스 채굴 분야 일자리는 3% 넘게 줄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석유기업 셰브론이 최대 20%의 인력 감축을 예고했고, 코노코필립스 역시 경쟁사 마라톤 오일을 인수한 뒤 전체 인력의 25%를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친석유 정책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경쟁력 상실은 멀리 보아 미국 내 전력 수급 불안을 부르고, AI, 전기차 같은 미래 산업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 2기의 친석유 정책은 선거 공신들을 위한 '정치 보은' 성격이 짙다. 업계의 정책 입지와 영향력은 전례 없이 커졌지만, 저유가와 고비용 구조라는 현실의 벽 탓에 경제 실익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다. 국제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에너지 고립'이 깊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