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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실업률, 4.3%로 급등…AI·구조조정으로 대규모 해고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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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실업률, 4.3%로 급등…AI·구조조정으로 대규모 해고 러시

수년래 최악 구직난 현실화…8월 신규 고용 2만2000명 그쳐, 관세 불확실성도 고용 얼려
미국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미국 사회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미국 사회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GPT4o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확산이 미국 노동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며 수년래 최악의 구직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은 4.3%까지 치솟으며 코로나19 회복기인 2021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신규 고용은 22000명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전월 79000명에서 급감한 수치로 4개월 연속 부진한 고용 증가세가 이어졌다.

◇ 전 업종에 걸친 고용 위축…소매·교육 부문 타격 집중


고용 위축은 거의 모든 경제 부문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과 광업을 포함한 모든 재화 생산 업종에서 지난달 고용이 줄었으며, 서비스업에서도 비즈니스·전문서비스와 IT 부문에서 대규모 해고가 이어졌다.

구인 정보 사이트 인디드(Indeed) 자료에 따르면 거의 모든 업종에서 구인 광고가 1년 전보다 줄었다. 특히 보육(-19%), 교육(-15%), 행정(-15%), 사회서비스(-14%), 소매(-13%) 부문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회계(18%), 산업공학(8%), 소프트웨어 개발(8%) 등 일부 전문직 분야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댈러스 코메리카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심리가 지난달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노동시장 경색 조건이 무르익어 경제가 저속 운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기지은행협회 마이크 프라탄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고 속도가 다소 빨라진 반면 채용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해고된 사람들과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AI·구조조정으로 대규모 해고 러시


기업들은 AI 투자와 구조조정을 위해 대규모 해고에 나서고 있다. 인력 감축 추적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인력 감축 규모는 80만 명을 넘어 코로나19로 해고가 급증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1만 명 이상이 AI와 직접 연관된 해고로 분류됐다. 세일즈포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팟캐스트에서 "AI가 업무량을 줄여줘 4000명을 감축할 수 있게 됐다""더 적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올해 15000명 이상을 해고했으며, 인텔은 중간관리층 11개 층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인텔 데이브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일 투자자 회의에서 "많은 인력을 내보내고 있다""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면 모든 것이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기술 부문에서만 작년에 15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올해도 여러 차례 대규모 해고가 발표됐다. 오라클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워싱턴주, 텍사스주, 캔자스주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라고 대규모 해고 신고서를 통해 밝혔다.

시스코는 주가가 올해 15% 오른 가운데서도 수백 개 일자리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시스코 척 로빈스 CEO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회사 인력에 미치는 영향을 일축했지만, 엔지니어들이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 소매업계 직격탄…관세 정책이 고용 얼려


소매업계가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챌린저 집계에 따르면 소매업 일자리 감소는 전년 동기 대비 242% 급증해 약 83656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코어사이트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약 60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마크 코헨 전 소매업 연구소장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소매업과 관련 지원업이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소매업 투입요소가 국제무역과 완전히 연결돼 있어 불확실성에 직면해 더 적은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이키는 관세로 연간 약 10억 달러(13800억 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며 기업 직원의 1% 가까이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에스티 로더는 올해 관세 부담이 1억 달러(13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월 전체 직원의 11%7000명을 감원했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는 지난 8개월 동안 3차례 해고를 단행했다. 지난달 발표된 최신 해고에는 1000명의 기업 직원이 포함됐으며 주로 기술과 디지털 팀이 영향을 받았다고 전직원들의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알려졌다.

소매업 파산도 늘고 있어 매장 폐쇄와 기업 직원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에버21은 지난 3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기업 본사를 폐쇄하고 700명을 해고했다. 파티시티, 조앤, 빅로츠는 파산 후 매장을 닫았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비용 증가와 유가 하락으로 기업들이 후퇴하고 있다. 할리버튼이 최근 몇 주 동안 인력을 줄인 기업에 합류했으며, 석유 대기업 코노코필립스는 이번 주 전 세계 인력의 2025%를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코노코필립스 데니스 누스 미디어 관계 담당 이사는 "우리는 늘 보유 자원을 더 효율성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대량 해고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