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점유율 70% 독주하는데 "301조 오용해 수출만 타격"... 로로선·LNG선 운송 대란 우려

전문가들은 이런 관세가 미국 조선업 되살리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미국 수출업체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로로선 90% 중국산인데 대안 없어... 車수출 절반 타격
자동차, 트럭, 트랙터, 건설장비를 나르는 로로(RO-RO) 선박은 미국 차량 수출량 절반 가까이 운송하는데, 새 로로선 90%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른 운송방법이 될 선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들 선박에 큰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미국 조선소 회생과는 상관없으며,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 캐터필러, 존디어 등 미국 기업 비용만 늘려 수출 관련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금 세계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해마다 34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LNG는 옥수수나 대두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더 많이 보탬이 되며,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동맹국들에 러시아 가스 대신 쓸 수 있는 미국 에너지 외교의 핵심이다.
그런데 미국은 1970년대 뒤로 LNG 운반선을 만든 적이 없으며, 어떤 조선소도 이를 만들 수 있는 부두 크기나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국은 1970년대 매사추세츠에 있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소유 폐쇄된 조선소에서 지은 5척 LNG 운반선만 쓰고 있지만, 한국은 800척 넘게 만들어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 중국 조선업 점유율 70% 달성, 수십 년 투자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업은 건조량, 새 수주량, 수주잔량 부분에서 각각 51.7%, 68.3%, 64.9%를 기록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중국 수주 점유율은 67%에 이르렀으며, 한국은 20%, 일본은 4%를 차지했다.
중국 조선업 압도적 지위는 구조적이며 수십 년간 나라 투자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중국은 낮은 임금, 중국발 철강 공급 확대로 낮은 기자재 값, 폐쇄 조선소 재가동, 신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고, 가격과 납기 면에서도 앞서며 큰 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조선업 거대 기업들 매출은 2532억 4000만 위안(약 49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늘었고, 순이익은 160억 위안(약 3조 원)으로 187.5% 급증했다.
◇ 동맹국 협력이 해법... 관세는 "값비싼 방해 행위"
통상법 301조는 해외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외국 선박에 벌금을 매겨 미국 산업정책을 바꾸는 도구로 쓰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301조를 쓰는 것은 목적을 비틀고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조선업 부흥이 목표라면 조선소 현대화, 훈련 프로그램 지원, 연구개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과 한국이 세계 상업용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들과 손잡고 공급망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미국 수출업체들이 항구를 떠날 때마다 벌금을 매기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 의회에는 '미 조선업 육성법'이 나왔으며, 올해 2월에는 미 해군 및 해안경비대 함정을 외국 조선소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들이 나왔다. 기존 보호무역 정책 한계를 인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은 훨씬 더 큰 경쟁력 문제의 일부이며, 수출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이 매체는 전한다. 전문가들도 의회와 경제계가 이 정책이 실제로는 "목표를 빗나가 미국만 때리는 관세"라고 규정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