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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다수 “EU-美 무역협정 굴욕”…폰데어라이엔 사임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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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다수 “EU-美 무역협정 굴욕”…폰데어라이엔 사임 요구 확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무역협정을 두고 유럽인 다수는 “굴욕적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는 협정이 미국 경제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했고 협상을 주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유로뉴스가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응답자 절반 이상 “굴욕감 느낀다”


프랑스 싱크탱크 ‘르 그랑 콩티넹’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클러스터17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등 5개국 530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이번 협정에 대해 ‘굴욕’을 느낀다고 답했다.
‘무관심’은 22%, ‘안도’는 8%에 그쳤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65%)와 스페인(56%)에서 굴욕감을 호소한 비율이 특히 높았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9%가 무관심하다고 답했다.

◇ 미국에만 유리한 협정


이번 협정에 따라 EU산 제품 대부분에는 미국 수출 시 15%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미국산 제품은 EU 수출 시 대다수가 관세가 면제된다. 항공기·핵심 원자재·반도체 장비 등 일부 품목만 상호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77%는 이번 협정이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고 답했고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절충안’이라는 평가는 13%에 불과했다. ‘EU 경제에 유리하다’는 답변은 2%에 그쳤다.

◇ 폰데어라이엔 책임론 고조


여론의 화살은 협상 책임자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향했다. 응답자의 75%는 그가 유럽의 이익을 ‘매우 잘못’ 혹은 ‘다소 잘못’ 지켰다고 답했고, 60%는 사임에 찬성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에서 사임 요구가 가장 강했다.

EU 집행위원회가 미국에 약속한 대규모 투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협정에 따라 EU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까지 미국 에너지에 7500억 달러(약 1경417조 원), 미국 경제 전반에 6000억 달러(약 8333조 원), 미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400억 달러(약 556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76%가 반대 의사를 밝혔고, 70%는 미국산 제품을 ‘보이콧할 준비가 됐다’고 답했다.

◇ EU 신뢰도 흔들려도 탈퇴 여론은 소수


응답자의 71%는 협정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해 EU 정책 사안 중 드물게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그러나 EU 탈퇴를 원하는 목소리는 24%에 그쳤고, 70%는 자국이 EU에 남아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