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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AI·국방비 증가에 세계 구리 시장 쟁탈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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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국방비 증가에 세계 구리 시장 쟁탈전 격화

530억 달러 앵글로 아메리칸-테크 합병 본격화”
전기차·데이터센터·군사 분야 구리 수요 급증, 2034년 공급 부족 121만t 예상
용광로에서 흐르는 녹은 구리. AI 붐은 구리 추가 수요를 촉진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용광로에서 흐르는 녹은 구리. AI 붐은 구리 추가 수요를 촉진한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구리 시장이 풍력, 전기차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각국 군비확대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0(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과 테크 리소시스(Teck Resources)가 총 530억 달러(735000억 원) 규모로 합병한다고 전하며, “광산업 빅딜이 전 세계 구리 쟁탈전 본격화의 신호탄이라 짚었다.

데이터센터·군비…두 축이 지배하는 구리 시장


최근 수년 구리는 친환경 발전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AI와 국방까지 구리 수요의 새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NEFBHP 등 시장조사회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10년 동안 430t 이상의 구리를 쓸 것으로 예측됐다. 칠레의 연간 구리 생산량에 버금가는 규모다.

BHP 남호주 구리 사업을 맡고 있는 애나 와일리는 최근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공급·냉각하는 데 엄청난 구리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BHP“2050년까지 세계 구리 수요가 지금보다 70%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비도 구리 소비의 큰 몫이다. 미 국방부는 구리를 가장 많이 쓰는 자원 중 하나로 꼽는다. 마이클 하이그(소시에테제네랄)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군비 비중이 지금 2.5%에서 예전 냉전기 때 수준인 4%로 오르면 구리 수요가 17t 더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공급은 발 묶이고’, 가격은 강세…대형 인수 판 키워


이처럼 수요는 불어나는데 공급은 쉽사리 늘지 못하고 있다. S&P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는 “2034년이면 세계 구리 부족분이 121t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구리 가격은 t9800달러(1360만 원)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미국 내 구리값이 급등했다가, 실제 관세가 적용되자 오히려 급락했지만, 올해 들어 전체적으로는 높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금속 공급난에 대처하려는 주요 광산업계의 인수·합병 경쟁이 치열하다. 앵글로 아메리칸과 테크 리소시스 합병이 완성되면 합병 법인 앵글로 테크는 칠레·페루·캐나다에 광산을 거느린 세계 5위 구리 생산기업으로 올라선다. 두 회사는 최근 몇 년간 BHP, 글렌코어(Glencore) 등의 인수 시도를 잇달아 거절해오기도 했다.

전기차·데이터센터·방위산업…금속 대격돌 예고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해마다 수십만 대 전기차 만큼의 전기를 소모하며, 한 곳에만 보통 2,000t 넘는 구리를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NEF203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쓰일 구리가 4300t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구리는 2025130t에서 2030230t, 발전·송배전망용은 5년 새 19% 늘어난 1490t까지 늘 전망이다.

한편, 고효율 전선을 만드는 신소재가 일부 쓰이기 시작했지만, 시장에선 아직 구리가 절대적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광산 자체를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광산을 사는 것이 더 쉽고 싸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애리조나 대형 구리광산 개발처럼 지역 반대 등 여러 이유로 20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곳도 많다.

시장에서는 AI, 국방,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등 산업이 쏟아내는 새 수요에 구리가 중심이 되면서, 당분간 가격과 공급 모두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