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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SMR 신생 3사, AI 열풍 속 연내 미국 증시 입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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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SMR 신생 3사, AI 열풍 속 연내 미국 증시 입성 예정

테라 이노바툼·테레스트리얼·이글, 차세대 기술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공략
검증 안 된 기술·스팩 상장 위험에도 투자 열기…옥석 가리기 본격화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텍사스 A&M 대학교와 상업용 원자로 건설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사진=테레스트리얼 에너지이미지 확대보기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텍사스 A&M 대학교와 상업용 원자로 건설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사진=테레스트리얼 에너지
차세대 원전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서두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대안으로 새로운 원자력 기술이 부상하면서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나선 신규 업체 3곳이 연내 상장을 예고해 원자력주 투자 열풍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80개가 넘는 기업이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미국 증시에서 순수 원자력 기술주는 단 3개에 불과해 투자 선택의 폭이 좁았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아 공장에서 부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고, 건설 비용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 기대되면서 AI 데이터센터나 산업시설의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테라 이노바툼', 미국의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 '이글 에너지 메탈스'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한 상장을 공식화하며 연말 증시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배런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최신 기술을 내세운다. 대부분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 방식으로 건설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아마존, 구글 등 정보기술 대기업들이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SMR 기업과 선제적으로 전력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앞서 상장한 오클로, 뉴스케일 파워, 나노 뉴클리어 에너지 등 신생 원자력 기업의 주가는 상장 이후 모두 3배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초소형부터 용융염까지…각기 다른 기술로 승부수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테라 이노바툼은 1메가와트(MW)급 초소형 원자로 시장을 공략한다. 이는 수백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통상 800MW 이상인 기존 미국 원자로와 대조를 이룬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m(약 33피트)인 정육면체 형태로 제작돼 운송과 설치가 용이하고, 여러 장소에 분산 설치해 자가 호스팅이 가능해 호텔부터 외딴 지역의 광산까지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기반의 테레스트리얼 에너지는 제4세대 원자로인 'Integral Molten Salt Reactor'(IMSR)를 개발한다. 390MW급인 이 원자로는 냉각재와 터빈 구동에 물 대신 용융염(molten salt)을 사용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고온·저압으로 작동해 원자로 건설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7년 주기로 원자로 핵심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의 사이먼 아이리시 최고경영자(CEO)는 "용융염은 기존의 물보다 훨씬 효율적인 연료원이자 냉각재"라고 설명했다.

특히 테레스트리얼은 2023년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에서 SMR 최초로 설계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높였고,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도 승인 절차를 협의한다. 최근에는 텍사스 A&M 대학과 상업용 원자로 공동 설계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에너지 솔루션 기업 아메레스코(Ameresco)와는 천연가스 복합발전과 연계한 하이브리드 전력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연내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IMSR'이라는 종목 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네바다주 리노에 본사를 둔 이글 에너지 메탈스는 원자로 개발과 우라늄 채굴을 병행한다. 회사는 오리건주에 있는 광산을 "미국 최대 규모의 채굴 가능한 우라늄 매장지"라고 소개하며, 2032년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해마다 100만~400만 파운드의 우라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생산량(해마다 100만 파운드 미만)을 웃도는 규모다. 회사는 뉴멕시코 대학에서 액체금속 냉각 방식의 SMR 설계 기술을 이전받았으나, 당분간은 광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밋빛 전망 속 '투기 과열' 우려…상용화까지 넘을 산 많아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 기업 모두 아직 상용화한 원자로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의 크리스 가돔스키 수석 분석가는 각 기업의 사업 모델에 실질적인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이글 에너지의 사업 구조를 "원자로 개발과 우라늄 채굴은 공통점이 거의 없어 어색한 조합"이라고 평가했고, 테라 이노바툼에 대해서는 "분산된 초소형 원자로의 보안 비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레스트리얼의 용융염 기술에 대해서도 "이론적 장점은 있으나 실제 구현은 더 까다로울 수 있다"며 상용화 전례가 없는 데 따르는 위험을 경고했다.

스팩을 통한 상장 방식 자체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되지만,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상장된 스팩의 3년 평균 수익률이 -61%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원자력주는 예외였다. 오클로와 뉴스케일은 스팩으로 상장해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희소성'이 부각된 덕분이다. 이글 에너지 메탈스의 상장을 주관하는 스프링 밸리 애퀴지션의 크리스 소럴스 최고경영자(CEO)는 "선택지가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더 까다롭게 기업을 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돔스키 분석가는 "기술 개발보다 구현이 훨씬 어려운 원자력 산업의 특성상 신생 기업들의 미래를 의심할 이유는 많다"면서도 "나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열풍이 언제 끝날지 궁금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매우 행복하다"며 당분간 투자 열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