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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일본에 첨단 드론 전진 배치…동북아 감시망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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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일본에 첨단 드론 전진 배치…동북아 감시망 강화

RQ-4B 글로벌 호크·MQ-9A 리퍼 등, 미사와·가데나·요코타 거점화
'섬 사슬' 전략 핵심축 역할 강화…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변화 예고
2014년 5월 24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국 공군의 RQ-4B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견인되고 있다. 이 드론은 고고도, 장시간 감시능력을 갖추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운용된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2014년 5월 24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국 공군의 RQ-4B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견인되고 있다. 이 드론은 고고도, 장시간 감시능력을 갖추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운용된다. 사진=미 공군

미국이 서태평양의 핵심 동맹인 일본을 거점으로 군용 드론의 전진 배치를 크게 확대하며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감시와 견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 구축함, 스텔스 전투기와 함께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으로 꼽는 무인 항공기들을 일본 열도 곳곳에 배치하면서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뉴스위크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군사 팽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군은 연중무휴 24시간 정보·감시·정찰(ISR) 임무 수행을 목표로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4개의 주요 섬과 여러 남서부 섬으로 이뤄진 일본은 미국의 '섬 사슬(Island-chain)' 전략에서 핵심축으로, 미국의 적대 세력을 봉쇄하고 동맹국의 군사력을 투사하는 전초기지 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시아와는 북방영토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도 언제나 받고 있다. 이처럼 겹치는 위협에 맞서 미군은 5만 명 규모의 주일미군 전력을 바탕으로 동맹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클로이 모건 대변인(소령)은 뉴스위크에 "무인 항공기가 인도-태평양 전구 전반의 안보를 높이는 지속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日 열도 뒤덮는 '눈'…첨단 드론 전력 총집결

미군은 드론을 일본 혼슈 북단의 미사와 기지부터 수도권의 요코타, 최남단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까지 일본 열도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미 공군은 지난 8월 29일부터 괌의 앤더슨 기지에 있던 RQ-4B 글로벌 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약 한 달 일정으로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군기지에 순환 배치했다. 방위성은 이를 두고 "일본 주변의 정보·감시·정찰 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호크는 고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는 정찰용 무인기로, 날씨와 상관없이 밤낮으로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도쿄 인근의 요코타 공군기지 역시 미군이 글로벌 호크 운용 거점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5월 글로벌 호크 3대가 이곳에 배치됐다가 괌으로 일시 복귀했지만, 최근 일본 방위성 문서는 요코타 기지에서의 드론 운용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드론 운용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곳은 분쟁 중인 서태평양의 핵심적인 미 공군력 중심지다. 미 공군은 2022년 11월 규슈의 가노야 항공기지에 배치했던 MQ-9A 리퍼 공격 드론 8대를 지난해 11월 가데나 기지로 옮겨 운용 중이다.

여기에 더해 미 해병대 또한 지난해 8월부터 리퍼 드론을 최대 6대까지 가데나 기지에 배치했다. 미군은 당초 1년으로 예정했던 이 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지난 4월에는 미 해군의 장기체공 해상초계기 MQ-4C 트리톤까지 기한 없이 가데나 기지에 추가했다. 트리톤은 2022년 7월부터 10월까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임시 운용한 바 있다.

"인도-태평양 안정의 초석"…굳건해지는 미일 동맹


미국과 일본은 양국의 군사 협력이 역내 안정에 필수라고 강조한다. 미 공군 제18비행단은 지난해 10월 보도자료에서 "가데나의 전략 위치는 정보·감시·정찰 작전을 수행하기에 매우 귀중한 장소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잠재적 분쟁 지점(화약고, flashpoints)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데나 기지는 대만과 가장 가까운 미군의 주요 기지로, 중국과의 군사 긴장이 높아지는 미중 관계에서 핵심 전략기지 구실을 한다.

일본 정부 역시 미일 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올해 일본 방위백서는 "일본 자신의 노력에 더해 동맹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의 동맹은 우리 국가 안보 정책의 기둥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다"라고 밝혔다.

미군의 전략 자산이 일본에 속속 모이면서 미일 동맹의 군사 일체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으로 미군이 일본에 유인기와 무인 항공 자산을 추가로 배치하며 동북아시아에서 동맹의 군사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세부 기동과 추가 배치 내용은 작전 보안 탓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