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익화 2년, 선도-후발 그룹 격차 심화…실행력이 관건
美 칩 규제에도 자신감…자체 개발·AI 투자 확대로 미래 선점
美 칩 규제에도 자신감…자체 개발·AI 투자 확대로 미래 선점

실적으로 증명된 '옥석 가리기'…경쟁사 압도한 주가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AI 관련 투자 전략을 공개했다. UBS의 에바 리 홍콩 주재 전략가가 이끄는 분석팀은 "우리는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AI 주도 성장주와 알파(초과 성과) 성장주를 선호한다"며 "이 부문이 아직 성장 전망을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인터넷 거대 기업들이 자국 내 칩 개발과 거대 언어 모델(LLM) 혁신에 힘입어 AI 수익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8월 말 나온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와 홍콩 증시의 텐센트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두 기업의 주가 성과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해 들어 알리바바의 주가는 미국 시장에서 83% 급등했으며, 텐센트 역시 홍콩 시장에서 54% 이상 상승했다. 반면 경쟁사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같은 기간 바이두는 36% 오르는 데 그쳤고, 징둥닷컴은 오히려 3% 하락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36% 넘게 주저앉으며 격차를 실감케 했다. AI 기술력과 별개로 실제 사업에 접목해 수익을 내는 능력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바이두는 LLM 등 기술력에도 주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징둥닷컴은 전자상거래 중심 구조의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메이퇀은 주력 사업인 음식 배달 시장의 경쟁 심화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UBS는 알리바바를 "중국 최대의 AI 지원 기업(Enabler)"으로 평가하며 중국 내 유일하게 풀스택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AI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자상거래 광고 최적화와 물류 효율화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텐센트는 "AI를 통한 게임 경험 혁신과 광고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게임 내 NPC(비플레이어 캐릭터)의 지능을 높이거나 맞춤형 광고를 집행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AI 콘텐츠 제작 등 신사업으로 확장할 잠재력도 크다고 봤다.
규제 넘는 기술 자신감, AI 투자로 미래 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역시 이들 선도 기업의 발목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엔비디아의 미국 규제 준수용 H20 칩의 중국 수출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데도, 중국 기업들은 스스로 해법을 찾아 약진하고 있다.
UBS는 "칩 규제는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에 주요 우려 사항으로 떠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이 AI 모델 훈련에 충분한 칩 재고를 확보했으며,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개선해 기존 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고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SMIC 등 자국산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추론용 칩 대안을 확보하며 특정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LLM 연구개발을 적극 장려하며 AI 생태계를 지원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 2분기 AI 관련 자본 지출을 지난 4개 분기 평균보다 50% 이상 대폭 늘렸다. 텐센트의 2분기 자본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폭증해 191억 위안(약 3조 7229억 원)에 이르렀으며, 올해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UBS는 "2분기의 이러한 움직임은 AI의 장기 잠재력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며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광고, 클라우드, 게임 등 앞으로 상용화가 확실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들 기업이 AI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징둥닷컴, 메이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텐센트 역시 몇 해 전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UBS의 관점은 명확하다. 단순한 'AI 유행'을 좇기보다, 실제 수익화 능력과 강력한 실행력을 입증한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