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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앰코·케이던스, 미국 피닉스에 AI·반도체 허브 공동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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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앰코·케이던스, 미국 피닉스에 AI·반도체 허브 공동 설립

설계부터 양산까지 원스톱 지원…연간 60개 '심층 기술' 기업 육성
미국 반도체 자립·국가 안보 강화 핵심 역할…글로벌 혁신 관문 기대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TSMC와 앰코 테크놀로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의 '심층 기술(딥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AI+반도체 스타트업 중심지(허브)'를 공동으로 설립한다. 이번 협력은 미국의 반도체 자립과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차세대 엔비디아와 AMD를 발굴해 미래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21일(현지시각) 애리조나센트랄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창업 육성 기관인 테소로 벤처 캐피털은 TSMC, 앰코, 케이던스와 협력해 피닉스 지역의 초기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한다. 이 중심지와는 별도로 '글로벌 반도체 디자인 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피닉스시와 그레이터 피닉스 경제 위원회(GPEC) 등 지역 정부와 경제 단체도 이번 계획에 참여한다. 이들은 피닉스 밸리 지역의 반도체 호황을 장기적으로 잇고, 미국 내 칩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공동 목표로 삼는다.

테소로는 창업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디자인 센터 총괄을 맡고, TSMC·앰코·케이던스는 기술 협력사로서 첨단 칩 설계부터 시험생산, 양산, 포장에 이르는 핵심 기반 시설과 업계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이들 협력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반 시설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칩 설계(EDA 소프트웨어·케이던스), 시제품 제작과 초기 생산(TSMC 파운드리), 고급 포장과 시험(앰코)은 물론, 투자와 경영 자문까지 사업화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받는다.

테소로 벤처 캐피털의 앤디 롬바드 매니징 파트너는 "이 산업은 장비와 제조 면에서 매우 복잡하고 집약적"이라며 "세계를 이끄는 이들 기업과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번 협력의 의미를 설명했다. 롬바드 파트너는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설계했다"면서 "우리는 차세대 해법과 미래의 가장 큰 고객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와 연계된 '반도체 자립'


이번 스타트업 중심지 설립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최근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국방 체계와 핵심 기반 시설의 반도체 의존도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전투기, 미사일 유도 체계부터 전력망에 이르기까지 국가 안위와 직결된 거의 모든 분야가 컴퓨터 칩을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중심지는 세계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 자립도를 높여, 미-중 기술 경쟁과 미주 지역 공급망 재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이 될 전망이다.

롬바드 파트너는 "미국 최대이자 세계적인 반도체 중심지로 떠오르는 피닉스가 경쟁 우위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며 "우리는 오직 활발한 혁신으로만 그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닉스는 '실리콘 데저트'라는 별칭처럼 템페, 챈들러 지역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 기반이 미국 최고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어 중심지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 된다.

5년간 300개 육성…"제2의 오픈AI 될 것"


테소로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은 해마다 40개에서 60개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최대 두 차례, 3개월 단위의 집중 육성 과정을 운영한다. 첫 번째 기수는 2026년 2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심층 기술' 기업에 집중한다. 심층 기술은 기존 기술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로 완전히 새로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특허를 내는 분야를 말한다. 롬바드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뉴럴링크'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중심지는 대학 및 연구소와 긴밀히 협력해 초기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통합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 조달 기회도 열린다. 테소로는 다음 해 초 참여 기업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을 이끌 계획이며, 투자 유치를 위한 '공개 시연회(데모 데이)'를 열어 다른 벤처캐피털 투자자들과의 만남도 주선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피닉스 지역의 고급 기술자 및 설계자 등 새로운 전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롬바드 파트너는 "앞으로 3년에서 5년 안에 200개에서 300개 기업을 키울 것"이라며 "이 중 20개는 최고의 기업으로, 그리고 그중 5개는 차세대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오픈AI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 중심지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남미, 중동의 스타트업에도 문을 열어, 피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AI 혁신의 '관문' 구실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