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S-III, “글로벌시장 판도 바꾼다”, 디젤 잠수함 한국 경쟁력 부각
2030년 47조 원 시장 성장 전망, 캐나다 수주 독일과 최종 대결, 그리스·폴란드에서도 시장 공략 나서
2030년 47조 원 시장 성장 전망, 캐나다 수주 독일과 최종 대결, 그리스·폴란드에서도 시장 공략 나서

'조용한 바다의 혁신자' K-잠수함이 글로벌 해상 패권 구도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KSS-III(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이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잠수함 교체 사업에서 독일과 최종 2파전을 벌이는 동시에 그리스·폴란드 등 유럽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능력을 하나의 잠수함에 구현한 독창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서구 잠수함 강국들의 독점 구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잠수함 시장, 한국에 기회
글로벌 잠수함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 확장과 러시아 위협, 그리고 미국·영국·호주가 결성한 AUKUS 동맹 출범 등 국제 정세 변화가 각국의 잠수함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잠수함 시장은 2025년 38조5000억 원에서 2030년 47조3000억 원으로 연평균 4.17%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재래식 잠수함)이 전체 시장의 56%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분야에 특화된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떠올랐다.
중국은 현재 60척(핵잠수함 12척, 디젤 추진 48척)에서 2025년까지 65척, 2035년까지 80척으로 잠수함을 늘릴 계획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향후 10년간 312조 원을 핵잠수함에 투자하고, 호주는 340조 원을 AUKUS 프로그램에 쏟아붓기로 했다.
세계 최초 'AIP+SLBM' 기술, 한국만의 독창성
한국 잠수함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기술 조합이다.
KSS-III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은 AIP(공기불요추진) 시스템이다. 일반 잠수함은 물속에서 디젤 엔진을 쓸 수 없어 배터리에만 의존하지만, AIP 시스템이 있으면 공기 없이도 20일 이상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장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능력까지 갖춰 세계 최초로 두 기술을 한 잠수함에 구현했다. 길이 83.5m, 수중 배수량 3750톤 규모로 1만 해리(약 1만8500km)를 갈 수 있어 태평양 전체를 누빌 수 있는 항속력을 자랑한다.
기술 국산화율도 놀랍다. 1차 모델(Batch-I)에서 76%였던 국산화율이 2차 모델(Batch-II)에서는 80% 이상으로 올라갔다.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는 범한산업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삼성SDI가, 소나 시스템은 LIG넥스원이 각각 독자 개발해 기술 종속 위험을 크게 줄였다.
캐나다 60조 원 '빅딜' 독일과 최종 승부
한국 잠수함 수출의 최대 기회는 캐나다다. 총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 원) 규모의 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함께 최종 2개 업체에 선정됐다.
한화오션은 KSS-III Batch-II 기반 CPS(Canadian Patrol Submarine)를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7000해리 이상 갈 수 있고 3주 이상 잠수할 수 있어 캐나다의 광활한 북극 작전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납품 일정도 경쟁력 있게 제시했다. 첫 4척을 기존 노후함이 퇴역하기 전에 인도하고, 나머지 8척을 연간 1척씩 납품해 2043년까지 총 12척을 완성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리스·폴란드도 동시 공략, 유럽 진출 가속화
캐나다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4척의 KSS-III Batch-II 도입과 기존 Type 214 잠수함 현대화를 묶은 통합 패키지로 경쟁 중이다. 한국은 과거 Type 214를 라이선스 생산한 경험을 내세우며 기술적 호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소 25%의 현지 참여와 기술 이전도 약속했다.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는 최대 4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현재 구소련제 킬로급 1척만 운용 중인 폴란드의 절실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잠수함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한화오션은 현지 PGZ 해군조선소, 나우타 조선소와 양해각서를 맺어 유지보수 기술까지 이전하겠다고 제안했다.
"방산 수출 新성장동력, 글로벌 경쟁력 입증"
업계는 한국 잠수함의 연이은 해외 진출이 방산 수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전투기·전차·함정 위주였던 방산 수출에서 잠수함이라는 새로운 축이 추가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이 독자 개발한 AIP 기술과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기존 잠수함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그리스, 폴란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은 한국 잠수함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향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시장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