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행정부, 중국 기업 겨냥 수출 제재 대폭 강화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행정부, 중국 기업 겨냥 수출 제재 대폭 강화

블랙리스트 자회사 자동 제재로 수천개 기업 타격 예상
미국 상무부가 9월 29일 기존 수출 제재 대상 기업의 자회사들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상무부가 9월 29일 기존 수출 제재 대상 기업의 자회사들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미지=GPT4o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수출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9(현지시각) 기존 수출 제재 대상 기업의 자회사들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30(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정부의 '개체 명단(Entity List)'에 올라 있는 기업 집단의 자회사들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개체 명단은 미국이 국가안보나 외교정책에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외국 기업들을 관리하는 수출 제재 명단으로, 1997년부터 운영됐다. 미국 기업들은 이 명단에 올라있는 그룹에 수출하려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며, 중국 그룹들의 경우 대부분 라이선스가 거부된다.

50% 이상 소유 자회사 자동 제재


새로운 규정의 핵심은 개체 명단에 등재된 기업이 50% 이상 소유한 자회사들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상무부 산하 산업보안국(BIS)은 이번 조치가 '우회 계획'을 통해 수출업체를 속이는 집단의 자회사들을 겨냥하기 어렵게 만드는 허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 케슬러 산업보안국 차관은 "너무 오랫동안 허점들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훼손하는 수출을 가능하게 했다""이번 조치로 허점을 막고 수출 통제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맥과이어 전 국가보안회의 및 국무부 관리는 이번 규정이 "우리 수출 통제 시스템의 망가진 부분에 대한 매우 필요한 수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체 명단에 있는 기업들의 자회사에 대한 수출이 미국 정부가 해당 자회사를 따로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은 한 허용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출 통제 전문가 그레고리 앨런은 이것이 "대규모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허점 없는 직접 방식으로 시행되고 적절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강력 반발과 화웨이·SMIC 타격 예상


이번 규정은 중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대상은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중국국제반도체제조공사(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자회사들이다. 화웨이는 2019년 개체 명단에 추가된 이후 계속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새로운 규정에 대해 "극도로 악의적"이라며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를 남용하는 또 다른 전형 사례"라고 비판했다.

중국 기업 분석업체인 와이어스크린(WireScreen)의 예비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규정은 중국 국유기업들과 다른 비즈니스들의 수천 개 자회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등 제3국 기업에도 영향


이번 조치로 중국 개체 명단 기업들과 합작투자를 운영하는 한국이나 제3국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직 미국 정부 관리는 새로운 규정이 미국 기업들에게 "철저한 신원 확인과 책임 추궁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이제 거래처의 배경을 대충 조사하고 "몰랐다"고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복잡한 소유 구조와 공동 이사회 구성원, 공동 사무실, 공산당과의 연계 등 간접 통제 수단들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정 발효는 연방관보 게재 60일 후부터이며, 오는 10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