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 27년만에 최저...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 8% 급등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 27년만에 최저...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 8% 급등

"위험 신호"투자등급 채권 스프레드 0.74%p로 1998년 이후 최저 기록...사모대출 부도율은 코로나19 때보다 높아
미국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안전하다고 판단해 낮은 금리에도 사들이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실제 부도율은 8%대로 치솟아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안전하다고 판단해 낮은 금리에도 사들이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실제 부도율은 8%대로 치솟아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GPT4o
미국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안전하다고 판단해 낮은 금리에도 사들이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실제 부도율은 8%대로 치솟아 시장이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현지시간) 미국 회사채 시장이 사상 최저 수준의 스프레드(국채 대비 초과 수익률)를 기록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은 8%대로 치솟아 월가가 신용시장 과열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27년만에 최저 회사채 스프레드


ICE 데이터 인디시스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이번 달 0.74%포인트까지 떨어져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크본드로 불리는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 역시 2.75%포인트로 2007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에 바짝 다가섰다.

스프레드가 좁아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신용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투자등급 기업들은 이번 달 미국 시장에서 2100억 달러(295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9월 기준 사상 최대 발행액을 기록했다고 딜로직이 집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댄 미드 미국 투자등급 신디케이트 데스크 책임자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현금이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현재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채권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 8%대 급등


그러나 시장의 낙관 분위기와 달리 실제 신용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프라이빗 크레딧(사모 대출) 시장의 부도율은 지난해 8%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도 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7%)보다도 높은 수치다.

10년 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은 현재 2조 달러(2809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기업과 개인 소비자,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곧바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자를 현금으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사업개발회사(BDC)라는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대출 가운데 11%가 지난해 말 현재 현금 대신 차용증서 형태인 PIK(Payment-in-Kind) 이자로 바뀌었다. 이는 관세 위협으로 미국 기업들 사이에 불확실성이 퍼지기 전의 수치다.

잇따른 파산 사례


최근 잇따른 갑작스러운 파산은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저소득층과 신용 이력이 없는 구매자에게 자동차 대출을 해주던 트라이컬러 홀딩스는 이번 달 파산을 신청하고 청산에 들어갔다. 트라이컬러의 증권화 파트너인 피프스서드은행이 창고 대출 고객인 트라이컬러의 사기 행위와 관련해 약 2억 달러(2809억 원)의 손실을 공시한 바로 뒤였다.

지난 5년간 약 20억 달러(28090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채권을 발행했던 트라이컬러의 채권 가격은 파산 신청 뒤 20센트까지 폭락했다고 크레딧플로의 시장 데이터가 보여줬다. 며칠 뒤에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즈도 파산을 신청했다. 대출 기관들이 재무 공시와 부외 부채 사용에 신뢰를 잃으면서 벌어진 위기였다.

스트럭처드 파이낸스 협회의 엘렌 캘러헌 리서치 책임자는 트라이컬러가 자체로 대출을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3자가 차량 가치를 평가하거나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차량을 다시 팔지 않으면 통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악의를 가진 행위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최고의 시기에 최악의 대출 나온다"


신용 투자 전문 기관인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마크스 공동회장은 "오랫동안 매우 긍정적인 투자 환경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자금과 낙관론이 형성됐다""이는 높은 가격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악의 대출은 최고의 시기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즈의 하이일드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상황을 "가치평가가 너무 높고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나는 가운데 사방에서 벽이 압박해 오는 스타워즈의 쓰레기 압축기 안에 있는 것"에 비유했다.

GMO의 조 오스 선진 채권시장 책임자는 "이번 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틀렸다""모든 것이 왜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지고 노동시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 인하로 경제 활동이 살아나고 빌린 이들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현재의 안정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향방은 결국 경제의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관측이다.

한편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은 일렉트로닉 아츠를 약 500억 달러(702000억 원)에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WSJ이 앞서 보도했다. 성사되면 사상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LBO)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