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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 “엔화, 내년에도 약세 지속...최대 165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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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 “엔화, 내년에도 약세 지속...최대 165엔 간다"

일본은행 점진적 긴축·실질금리 마이너스에 엔화 반등 동력 부재
18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회사 밖에 일본 엔과 미국 달러 환율이 표시된 시세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8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회사 밖에 일본 엔과 미국 달러 환율이 표시된 시세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뚜렷한 반등에 실패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엔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 전략가들은 내년에 엔화가 달러당 160엔 이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이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점진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재정 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는 한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상승 폭이 제한되며 올해 달러 대비 상승률이 1%에도 못 미쳤다. 엔화는 지난해까지 달러 대비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JP모건의 다나세 준야 일본 외환 전략 총괄은 “엔화의 펀더멘털이 상당히 취약하며,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내년 말 엔화가 달러 대비 164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월가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 중 하나다.

다나세 총괄은 내년에 경기순환 요인이 엔화에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긴축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년 9월에나 다음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반영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일본 국채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험 선호


엔화를 차입해 브라질 헤알화나 튀르키예 리라화 등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다시 부상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의 엔화 숏(매도) 포지션은 지난 9일까지 한 주 동안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BNP파리바의 파리샤 사이미비 아시아 신흥시장 외환·금리 전략가는 “내년 글로벌 거시 환경은 전반적으로 위험 선호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크며, 이런 환경에서는 캐리 전략이 통상적으로 수혜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내년 말까지 160엔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견고한 엔 캐리 수요, 신중한 일본은행의 행보 및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 연준의 스탠스가 엔화 약세 가능성을 높일 변수라고 지목했다.

일본의 해외 투자자금 유출 및 기업 부문의 자금 유출도 엔화에 하방 압력으로 더해질 것으로 언급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외환·금리 전략 총괄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FDI)가 경기 사이클이나 금리 격차와 거의 무관하게 최근 수년간 꾸준한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올해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의 사사키 도루 수석 전략가는 “엔화 약세 국면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 “핵심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지 않고 있고, 실질금리는 여전히 크게 마이너스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달러 대비 내년 말 165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국 연준은 사실상 금리 인하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어가면서 장기적으로 엔화가 강세 전환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엔화 가치에 부정적인 요인이 많지만, 향후 10년간 엔화가 달러당 100엔 수준까지 점진적인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