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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백금 가격, 또 ‘사상 최고'...지정학적 리스크·달러 약세에 매수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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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백금 가격, 또 ‘사상 최고'...지정학적 리스크·달러 약세에 매수 '광풍'

금 온스당 4500달러 돌파, 은도 동반 급등…1979년 이후 최고 수익률 눈앞
독일 뮌헨의 프로 오럼의 안전 금고실에 금괴와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뮌헨의 프로 오럼의 안전 금고실에 금괴와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금과 은 및 백금 가격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말 랠리를 이어갔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달러 약세가 귀금속 가격 상승의 주요 모멘텀이 됐다.

26일(현지시각) 현물 금 가격은 장중 최대 1.2% 상승하며 온스당 453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봉쇄에 나서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며 금값 급등을 견인했다.

미국이 나이지리아 정부와 협력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군사 공격을 단행한 점도 지정학적 불안을 키우며 금값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 급등한 은 가격도 강세를 이어갔다. 은 현물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 중 한때 4.6% 급등해 온스당 75달러 선을 돌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은 가격 상승이 투기성 자금 유입과 함께, 지난 10월 발생한 역사적인 ‘숏 스퀴즈’ 이후 주요 거래 중심지에서 공급 차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이번 주 0.7% 하락해 지난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는 금과 은 가격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은 올해 들어 약 70% 상승했고, 은은 150% 이상 급등했다. 두 금속 모두 1979년 이후 최고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수세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도 금과 은의 가파른 랠리를 주도했다. 무수익 자산인 귀금속의 특성상 금리 인하에 따른 차입 비용 하락은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과 은에 대한 투자 수요는 이른바 ‘화폐 가치 희석 거래(debasement trade)’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주요국의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채와 해당국 통화에 대한 투자 회피 심리가 커지며 금과 은 등 실물자산 선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금은 지난 10월 랠리가 과열됐다는 평가 속에 온스당 4381달러까지 올랐다가 조정받았지만, 이후 회복 탄력성을 과시하며 빠르게 반등했다.

은 가격 랠리는 금보다 더 폭발적이다. 지난 10월 발생한 ‘숏 스퀴즈’ 이후 런던의 은 보관 금고에는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유통 가능한 전 세계 은 물량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뉴욕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백금 가격도 최근 몇 주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금은 이달에만 40% 이상 오르며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최고치다. 자동차 및 보석 산업에 사용되는 백금은 강한 실물 수요에 더해,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급 차질로 인해 올해 3년 연속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