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트로이온스(31.1g)당 4000달러(약 556만 원)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알자지라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올 들어 약 50% 급등한 수치로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몰린 결과로 분석됐다.
◇ 트럼프의 무역전쟁·연준 공격이 촉발
알자지라에 따르면 금값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초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본격화됐다.
여기에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의 새 총재로 당선돼 일본의 새 총리로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의 사임 등 정치적 불안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렸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 엔화 약세가 금에 불붙여
호주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금값 급등은 경기 과열을 감수하면서도 성장 기대에 베팅하는 이른바 ‘과열 성장형 투자 흐름’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가 예상 밖으로 승리하면서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 공약 기대가 확산돼 엔화가 1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금이 대체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 전례 없는 속도…1970년대 이후 최대 상승
금값은 통상 불안기에만 올랐다가 안정기에 조정되는 패턴을 보였으나 올해는 예외적이란 지적이다.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4년 2월 사이 금값은 온스당 1600~2100달러(약 222만~292만 원) 범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30% 오른 데 이어 올해는 9개월 만에 그 상승폭을 훨씬 넘겼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닉슨 행정부가 달러와 금 태환을 중단한 뒤 금값이 35달러(약 4만8650원)에서 850달러(약 118만1500원)로 폭등했던 시기와 비교하며 역사적 급등이라고 평가했다.
◇ ‘불황의 피난처’에서 ‘만능 자산’으로
이번 급등은 과거와 달리 미 증시 강세와 병행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일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호주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분석가는 “금은 이제 위험 회피 시기뿐 아니라 투자 열기 속에서도 오르는 ‘모든 상황의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금은 이제 단순한 방어적 투자수단이 아니라 핵심 투자 축으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정책은 핵심 요인이지만 단일 원인은 아냐
로다와 워터러는 공통적으로 “트럼프의 무역·재정 정책과 연준 공격이 금값에 큰 영향을 줬지만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다는 “현재 금은 재정지출, 부채 급증,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무역정책, 향후 금리 인하 기대 등 5가지 요인으로 움직이는 ‘5요소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값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급등을 트럼프 개인에 대한 부정적 심판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