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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인도법인, 인도 증시서 17년 만의 IPO 흥행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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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인도법인, 인도 증시서 17년 만의 IPO 흥행 신기록

청약 증거금 71조 원 몰려…2008년 릴라이언스 파워 기록 넘어서
기관 투자자 수요 166배 폭주…현지 증권가 '청약' 추천 잇따라
LG전자 인도법인이 기업공개(IPO)에서 17년 만의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인도 증시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공모에는 총 71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으며, 특히 기관 투자자 경쟁률은 166대 1에 달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인도법인이 기업공개(IPO)에서 17년 만의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인도 증시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공모에는 총 71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으며, 특히 기관 투자자 경쟁률은 166대 1에 달했다. 사진=로이터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인도 증시의 역사를 새로 썼다. 1조 루피(약 16조 1300억 원)가 넘는 대형 공모주 청약에서 54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하며, 총 4조 4300억 루피(약 71조 4559억 원)에 이르는 청약 증거금이 몰려들었다. 이번 청약 흥행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릴라이언스 파워가 세운 이래 17년 만의 최대 기록으로, 인도 자본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뚜렷이 보여줬다.

이번 IPO는 공모 물량 7130만 주에 매수 주문 38억 5000만 주가 쏟아져 시장의 엄청난 관심을 증명했다. 희망 공모가 상단인 1140루피 기준으로 몰린 청약금은 2024년 바자즈 주택 금융(Bajaj Housing Finance)이 세운 종전 기록 3조 2000억 루피(약 52조 원)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번 공모는 인도 증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형 IPO 사례로 남았다. 2008년 1012억 3000만 루피(약 1조 6318억 원) 규모 공모에서 7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던 릴라이언스 파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급 흥행'…현대차·LIC 등 대형 공모 압도

최근 있었던 다른 대형 IPO와 비교하면 LG전자 인도법인의 성공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인도 역대 최대 규모였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2785억 9000만 루피(약 4조 4908억 원) 공모는 청약률이 1.93배에 그쳤다. 인도생명보험공사(LIC)의 2055억 7000만 루피(약 3조 3137억 원) 규모 IPO 역시 2.05배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1년 페이티엠(Paytm)의 1830억 루피(약 2조 9499억 원) 공모가 1.45배, 최근 마감한 타타 캐피탈(Tata Capital)의 1551억 2000만 루피(약 2조 5005억 원) 공모가 1.95배에 머물렀던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투자자들이 LG전자 인도법인에 열광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성장 가능성과 정부 정책의 상승 효과를 꼽는다. 메타 에퀴티스(Mehta Equities)의 프라샨트 타프세 리서치 담당 수석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정부의 감세 정책 덕분에 상장 후 높은 수익률과 강력한 단기 성장 전망이 기대되는 LG전자 인도법인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자 주체로 보면 기관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몰려 흥행을 이끌었다. 기관 투자자(QIBs) 대상 물량은 무려 166.51배의 청약률을 기록했으며, 비기관 투자자 역시 22.44배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RIIs) 부문도 3.54배의 청약률로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강력한 브랜드와 성장성, 공모가 타당"


인도 증시 역대 8번째 규모인 이번 IPO는 한국 LG전자 본사가 보유한 인도법인 지분 15%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시장에 내놨다. 이로써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상장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에 이어 인도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두 번째 한국 기업이 되었다. 앞서 LG전자 인도법인은 IPO 공식 개시 전날 싱가포르 정부, 아부다비 투자청, 블랙록 같은 세계 유수의 기관들을 앵커 투자자로 끌어들이며 342억 루피(약 5513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흥행을 예고했다.

현지 증권가의 평가 또한 좋다. 아난드 라티 리서치팀(Anand Rathi Research Team)은 보고서에서 "LG전자 인도법인은 강력한 브랜드 자산, 앞선 혁신, 광범위한 유통망, 견고한 제조 기반, 오랜 공급업체 관계가 어우러져 인도 가전과 소비자 전자제품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이는 모두 LG전자 본사의 세계 경쟁력과 기술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치를 따져보면 2026 회계연도 연환산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은 37.6배, 공모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7738억 루피(약 12조 4736억 원)로 공모가가 타당한 수준"이라며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여러 소비재 시장에서 앞선 위치, 단연 돋보이는 자체 생산 능력을 생각하면 업계의 거인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 공모에 '청약' 등급을 매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IPO의 성공이 인도 시장 내 한국 가전 브랜드의 높은 가치와 성장 기대감, 정부의 세제 혜택과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