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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TV 업계, 미니LED 앞세워 삼성 20년 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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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TV 업계, 미니LED 앞세워 삼성 20년 아성 위협

TCL·하이센스 등 中 4사, 자국 미니LED 시장 93% 장악…판매량 3.2배 급증
삼성전자, 세계 점유율 30% 붕괴…가격 경쟁력 앞세운 中 공세에 시장 재편
중국 TV 제조사들이 미니LED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20년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4대 기업이 자국 미니LED 시장의 93%를 장악하며 판매량을 3.2배 늘리는 동안,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글로벌 TV 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TV 제조사들이 미니LED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20년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4대 기업이 자국 미니LED 시장의 93%를 장악하며 판매량을 3.2배 늘리는 동안,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글로벌 TV 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20년 가까이 세계 TV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삼성전자의 아성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2025년 들어 삼성전자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TCL, 하이센스를 필두로 한 중국 TV 제조사들이 무섭게 성장하며 선두 자리를 위협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급부상한 미니LED(MiniLED) TV가 있다. 미니LED TV가 전체 출하량에서 OLED TV를 넘어서는 지각변동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TV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디지타임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5년 상반기 세계 TV 시장에서 TCL과 하이센스의 출하량은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약 300만 대 수준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양사의 파죽지세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은 미니LED 백라이트 TV가 견인했다. 한국 기업들이 OLED TV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 기업들은 미니LED의 가능성을 먼저 보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이러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 기술에 주력했으나, 대형 미니LED TV 모델의 빠른 보급 확산 탓에 시장 점유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보상 판매' 힘입어…폭발적으로 성장하는 中 내수 시장


이러한 변화는 중국 내수 시장이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시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 내 미니LED TV의 보급률은 28.3%에 이르렀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배나 폭증한 배경에는 2024년 9월부터 시행된 중국 정부의 '보상 판매'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안정된 LCD 패널 가격, 지속적인 기술 혁신에 따른 원가 절감, 그리고 낮아진 소매 가격이 맞물리며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2025년 상반기에만 중국 시장에 212개의 미니LED TV 신모델이 쏟아져 나오며 지난해보다 94.5% 급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2025년 미니LED TV의 세계 전체 출하량은 1150만 대에서 1290만 대에 이를 전망으로, 한 해 50%에서 67%에 이르는 높은 성장세다.

'가격·물량' 앞세운 中 4룡…세계적 브랜드 '속수무책'


중국 미니LED TV 시장은 소수 토종 브랜드가 장악하는 독과점 형태가 뚜렷하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하이센스(자회사 비다, 도시바 포함), TCL(자회사 아이팔콘 포함), 스카이워스(자회사 쿠카 포함), 샤오미 등 상위 4개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93.1%에 이르렀다.

하이센스는 'E5N', 'E5N Pro+' 등 인기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했다. 보급형(E5Q)부터 중고급형(E7N Pro, E8Q), 플래그십(U7Q, UX)에 이르기까지 총 19개의 신규 시리즈를 선보이며 촘촘한 라인업을 구축, 중고급형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TCL 또한 서브 브랜드 아이팔콘과 함께 26종의 신모델을 출시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다. 특히 중저가 라인업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Q와 C 시리즈 등 중고급형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확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스카이워스는 2025년 상반기에만 16개 모델을 출시해 2024년 한 해 출시량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가성비 전략을 기반으로 한 빠른 확장을 통해 점유율 상승을 예고했다. 이들 중국 4대 브랜드의 공세는 초대형(75인치 이상) 제품군 집중,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 그리고 지역 정부 보조금 효과를 기반으로 한 물량 확대 전략이 핵심이다. 특히 미니LED TV는 OLED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더 큰 화면과 높은 밝기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중국 패널 기업들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더해지면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한때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전자와 소니 등 세계적 브랜드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이들은 소수의 모델만을 운영하며 2025년 상반기 합산 점유율 2.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데 그쳐,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올리고'…대세 굳히는 미니LED


미니LED TV의 대중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가격 하락'과 '성능 향상'이다. 2025년 상반기 출시된 신모델을 분석한 결과, 300~500개 디밍 존(dimming zone)을 탑재한 중저가 모델 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평균 출시가는 30% 이상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2000~3000개 디밍 존을 갖춘 중고급형 모델 역시 출시가 활발했으며, 가격은 18.2% 내렸다.

전반적으로 가격은 계속 내려가는 추세지만, 같은 디밍 존 수를 가진 제품군의 최대 밝기와 같은 핵심 성능은 오히려 향상되고 있다. 발광 칩, 백라이트 제어 기술, 패널, 화질 처리 알고리즘 등 기술 전반이 꾸준히 발전한 덕분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브랜드들이 OLED가 주도하는 최고급 프리미엄 시장 대신, 대중적인 프리미엄 TV 시장을 대량 보급과 가격 경쟁력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성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미니LED TV 시장의 급성장은 상위 공급망의 원가 관리 능력과 규모의 경제 실현이 이뤄낸 성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국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더해지면서 전체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2025년 중국 시장의 한 해 미니LED TV 보급률이 35.6%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TV 시장에서의 침투율 역시 6.6%에 근접할 전망이다. OLED TV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만 보면 미니LED가 더욱 두드러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