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처음 회담한 이후 관세와 투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한·미 동맹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주장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차 석좌는 전날 이 매체에 낸 칼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하 합의가 오히려 동맹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관계가 ‘느린 탈선’처럼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양국 모두 갈등을 확대하기보다 현실적인 조정을 모색해야 한다”며 “투자기간을 늘리거나 단계별 출자, 기존 투자 실적을 일부 상계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동맹의 근본 문제라기보다 세부 조율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양국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협상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에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투자기금을 조성하고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금 규모와 운용 방식,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양국의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해 사실상 국가 재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합의”라며 전액을 현금 출자 형태로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게다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64조 원) 투자 약속을 언급하며 한국이 더 많은 자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의 갈등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달 조지아주 현대-LG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300명 이상을 강제송환한 사건으로 더 악화됐다. 한국 정부는 “시점상 부적절하고 외교적 결례”라며 대규모 미국 내 투자를 일시 중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했고 한국 내 여론도 “동맹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한국을 “돈 버는 기계”라고 부른 바 있으며 이번에도 “투자 이행이 없으면 관세 인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현재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4.1% 감소했고, 자동차 수출은 15%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지렛대로 추가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