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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물선, 북극 항로로 英 도착... EU 배송시간 절반 단축, 18일 만에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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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물선, 북극 항로로 英 도착... EU 배송시간 절반 단축, 18일 만에 완주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항로 개척... 수에즈·희망봉 경유 40~50일→18일로 대폭 단축
對美 무역전쟁 속 EU 시장 다각화... 9월 유럽 수출 14%↑, 美 수출 27%↓
중국 국기가 2020년 4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기가 2020년 4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
중국 컨테이너선이 북극을 통과하여 영국 항구까지 선구적인 여정을 완료했다고 국영 통신사 신화통신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로써 유럽으로 향하는 전기 자동차와 태양광 패널의 운송 시간을 평소 시간의 절반으로 단축했다.

원래 18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스탄불 대교의 처녀 항해는 노르웨이 해안의 폭풍으로 인해 이틀 지연되었지만 수에즈 운하나 희망봉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선보다 40일에서 50일이 걸리는 것보다 훨씬 빨리 유럽에 도착했다.

북극 해역과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완전히 관통하는 새로운 북극해 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제 선박으로 항해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의 비용이 많이 드는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안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유럽연합(EU)과의 보다 빠른 해양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추진은 제조품을 해외 판매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에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시장을 다각화해야 하는 중국의 필요성을 반영한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유럽으로의 수출은 연간 14% 증가한 반면, 미국으로의 출하량은 같은 기간 동안 27% 감소했다.

지난 4년 동안 북극은 세계 평균보다 약 4배 빠르게 온난화되어 해빙이 극적으로 감소하고 상업 운송을 위한 계절적 기간이 생겼다.

그러나 북극 항로를 따라 있는 날씨와 항해 조건은 예측할 수 없다.

중국 저우산 항구에서 약 4,000개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이스탄불 대교는 13일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펠릭스토우에 정박했으며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에 정차할 예정이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 선박은 중국이 통제하는 컨테이너 라인인 씨 레전드가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동남아시아 말라카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항로를 모색함에 따라 북극 해역에서 러시아와의 해양 협력을 심화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북극 항로 개척이 글로벌 물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기후변화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한 사례다.

배송 시간 절반 단축은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같은 중국의 주력 수출품이 더 빨리 유럽 시장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EU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9월 데이터에서 유럽 수출은 14% 증가한 반면 미국 수출은 27% 급감했다. 북극 항로는 이러한 수출 다각화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말라카 해협 의존도 감소도 중요한 전략적 이점이다. 말라카 해협은 중국의 해상 무역에서 병목 지점으로, 지정학적 긴장 시 봉쇄 위험이 있다. 북극 항로는 이러한 취약성을 완화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협력 강화도 주목된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북극 개발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환영하고 있다. 이는 양국의 전략적 동맹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북극 항로는 여러 한계도 있다. 노르웨이 해안의 폭풍으로 이틀 지연된 것처럼 날씨와 항해 조건이 예측 불가능하다. 계절적 제약도 있어 일년 내내 사용할 수 없다.

환경적 우려도 제기된다. 북극의 취약한 생태계가 상업 운송 증가로 위협받을 수 있다. 선박 배출가스, 기름 유출 위험, 소음 공해 등이 북극 야생동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해운 업계는 북극 항로의 상업적 잠재력을 주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운항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선사들이 이 항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항구들도 북극 항로 화물 처리를 위한 인프라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펠릭스토우, 함부르크, 로테르담 등 주요 항구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화물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향후 북극 항로의 상업적 성공 여부는 안정성, 경제성, 환경 영향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중국의 이번 성공적인 첫 항해는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