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루푸르 60만 고용도시 초토화, 37억 달러 수출 타격...방글라데시·베트남은 20% 관세 수혜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 현장을 취재해 트럼프 관세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생산이 25% 급감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인도 의류산업 전반에 미친 충격을 보도했다.
'달러시티'서 실업도시로
티루푸르는 '달러시티'로 불리며 인도 의류 수출 중심지로 자리잡아 왔다. 6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이 도시 의류 수출액은 작년 37억 달러(약 5조2600억 원)에 이르렀다고 티루푸르수출업자협회가 밝혔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월마트, 타깃, 시어스 등 미국 소매업체로 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한다며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8월 7일 25% 관세를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 추가로 25%를 더해 모두 50%로 관세율을 올렸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관세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티루푸르인도노동조합센터 G. 삼파스 사무총장은 "생산이 전체적으로 25% 줄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장 노동자, 인력 중개업자, 기업 경영진 등 10여 명을 만난 결과 지역 경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 지역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여전히 고용된 노동자들도 근무 시간과 임금이 대폭 깎였다.
비하르주에서 이주해 2년간 티루푸르에서 실밥 제거 작업을 해온 마노하르 사니(44)는 아내와 함께 한 달에 450달러(약 64만 원)를 벌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생산이 줄고 교대 근무가 사라지면서 수입이 250달러(약 35만 원)로 급감했다. 사니는 "가족을 먹여 살릴지 빚을 갚을지 모르겠다"며 "정부한테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아무도 우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저마진 의류, 관세 전가 불가능
H&M 등에 티셔츠와 바지를 공급하는 기나가먼츠 모한 샹카르 전무는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률이 아니라 현금 흐름 관리"라며 "우리한테는 생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으로 가는 생산을 70% 가까이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루푸르 대부분 제조업체는 저마진 대량 의류를 생산한다. 인도의류산업연맹 티루푸르지부 전 회장이자 코튼블로섬 상무인 밀턴 앰브로스 존은 "이곳에서 만든 셔츠, 레깅스, 속옷은 보통 미국에서 5~10달러(약 7100~1만 4200원)에 팔린다"며 "추가 비용을 넘길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50% 관세가 시행된 다음 날 인도 정부는 면화 수입 관세 면제를 연장해 의류 제조업체에 일부 구제책을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티루푸르 사업주들은 더 많은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존은 "긴급 대출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침체를 팬데믹 시기에 비유했다. 인도 상업부는 워싱턴포스트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외교 갈등도 불거져, 방글라데시·베트남에 경쟁력 잃을 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돌파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인도 외교부는 지난 17일 두 정상 사이에 통화가 있었는지 모른다고 밝혀 외교 갈등을 키웠다.
단기 고통을 넘어 인도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같은 경쟁국에 빠르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글로벌무역연구소 아제이 스리바스타바 소장은 "미국 기업들이 공급처를 바꾸기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은 20% 관세만 물어 인도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알자지라는 글로벌무역연구소가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힌 내용을 인용해 인도 대미 수출이 올해 865억 달러(약 123조1300억 원)에서 2026년 500억 달러(약 71조1700억 원)로 급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섬유, 보석, 새우, 카펫 부문이 70% 붕괴에 직면하면서 "수십만 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고 연구소는 경고했다.
32살 사노즈 쿠마르는 관세 부과 전 마지막 주문을 마치려고 밤낮으로 일했다고 떠올렸다. "브랜드들은 심지어 에이전트를 보내 감독하고 압박했다"고 그는 말했다. 며칠 뒤 그와 동료들은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처리할 주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하르주 출신인 쿠마르는 10대 때 삼촌들을 따라 티루푸르 의류 공장으로 왔다. 그는 완제품에서 실밥을 제거하는 '검수원'으로 일하며 이주 노동자들을 지역 업체와 연결하는 중개인 구실도 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모든 노동자가 고향으로 돌아갔다"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회사를 전전하지만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부업으로 운영하는 휴대전화 수리점도 도시 전체가 멈춰선 탓에 손님이 거의 없다. "수출업체에 일이 있어야 다른 사업도 잘된다"고 그는 말했다.
자립 강조하는 모디, 노동자는 '배고파'
모디 총리는 미국 관세에 맞서 경제 자립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의존이 습관이 되는 것은 큰 불행"이라며 "선진 인도를 건설하려고 우리는 멈추지도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이 절반으로 깎인 35살 공장 노동자 마노즈 쿠마르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말은 좋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인도 섬유산업은 4500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1억 명한테 간접 일자리를 제공하며 국내총생산(GDP) 2.3%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미국은 인도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작년 인도는 미국에 870억 달러(약 123조8400억 원) 규모의 제품을 수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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