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전환 '시간 압축'…R&D·생산성 5배 높여 '속도전'
독점 특허 '시간 축적'…中 추격 막을 '기술 해자' 구축
독점 특허 '시간 축적'…中 추격 막을 '기술 해자' 구축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거센 정책, 자본 공세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LGES)이 '시간'을 화두로 한 이중 전략을 빼 들었다고 디지타임스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정부 지원, 풍부한 인력, 막대한 생산 능력을 앞세운 중국의 '속도·규모의 우위'에 맞서기 위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시간 압축'으로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독보적인 기술력과 특허라는 '시간 축적'으로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시간 압축'이 소재 탐색부터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해 연구개발과 생산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라면, '시간 축적'은 경쟁사가 단순히 속도를 높여도 넘볼 수 없는 독자 기술 영역을 구축하는 장기 전략이다.
최근 배터리 시장은 수요 변동성, 설비 과잉, 각국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극심한 가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CATL, 비야디(BYD), EVE 에너지, CALB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특히 위협적이다. LG엔솔의 김제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 기업들은 정부 정책, 내수 경쟁, 신속한 양산 체제를 무기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더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시간의 개념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시간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로 쌓는 '시간의 성'…中 추격 원천봉쇄
LG엔솔 전략의 한 축인 '시간 축적'은 장기 안목으로 대체 기술이 거의 없는 핵심 소재와 공정 기술을 내재화하고 특허화해 체계적인 지식재산(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입자 경계 코팅(grain-boundary coating)이나 형태 제어(morphology control) 기술처럼 LG엔솔이 보유한 독자 기술이 그 대표 사례다.
특허 경쟁력은 LG엔솔이 가장 자신하는 부분이다. 김제영 CTO는 "LG엔솔은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많은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자사의 특허 사용권 계약 플랫폼 '튤립(TULIP)'을 통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합당한 사용권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김제영 CTO는 "경쟁사들이 니켈 함량 94% 이상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구현할 수는 있겠지만, LG엔솔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내구성을 보장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 우위를 자신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LG엔솔의 특허가 단순한 기술 장벽을 넘어 시장의 실질적인 진입 규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축적 전략은 단기 판매량 경쟁보다는 '기술 독립성' 확보와 '특허 수입원'을 장기 수익원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I로 당기는 '시간의 활'…개발 속도 5배 압축
전략의 다른 한 축인 '시간 압축'은 연구개발부터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를 도입해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존 화학 소재 실험이나 배터리 수명 예측에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LG엔솔은 소재 연구개발 공정을 모듈화하고 AI 자동 최적화 알고리즘을 도입해 설비를 자동화했다. 특히 LG그룹의 AI 연구개발 전담 조직인 '엑사원(EXAONE)'과의 협력은 소재 발굴, 셀 설계, 배터리 수명 예측 등의 개발 일정을 크게 단축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AI의 위력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존에 5~10시간씩 걸리던 일회성 나노-CT 스캔에 의존하지 않고도, AI 복원 기술을 적용해 기존 CT 이미지의 품질을 대폭 향상시켜 생산성을 5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 방식은 전극 활물질층의 분포나 내부 다공성, 입자 배열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품질 평가 공정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제조 현장에서도 데이터 호수(Data Lake) 기반의 통합 제조 데이터망이 생산 라인을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결함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수율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연구개발부터 제조까지의 '시장 출시 기간 단축(Time-to-Market reduction)'을 현실화하며 속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전략인 셈이다.
LG엔솔이 이처럼 '시간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미래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충전 시간'에서 갈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제영 CTO는 "주행거리가 더 이상 배터리의 핵심 문제가 아니게 되면,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비야디(BYD), CATL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 대규모 인력, 공급망 내재화를 바탕으로 5~6분대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LG엔솔은 초고속 충전 기술 혁신을 차세대 경쟁 포인트로 규정하고, 고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전해질 첨가제 패키지 등 신소재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AI 기반의 배터리 수명 관리와 열 안정성 최적화를 통해 중국 제품 대비 성능과 안전성 격차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내 직접 생산 경쟁 대신 국제 기술 표준과 특허 생태계 주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엔솔은 혁신 기술 개발, IP, AI 및 디지털 전환, 그리고 국제 공동 혁신(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무기로 시간의 제약을 오히려 경쟁 우위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