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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일본, 2나노 시대 '소재 패권' 선언…한국 거점에 대규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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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일본, 2나노 시대 '소재 패권' 선언…한국 거점에 대규모 투자

도쿄오카, 평택에 200억 엔 신공장…삼성·SK하이닉스에 JIT 공급 체계 구축
MOR 등 EUV 핵심 소재 양산 가속화…2030년 시장 규모 970억 달러 전망
일본 소재 공급업체 도쿄오카고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200억 엔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새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도쿄오카고교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소재 공급업체 도쿄오카고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200억 엔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새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도쿄오카고교
일본 반도체 핵심 소재 개발업체들이 차세대 2나노미터(nm) 칩을 양산하는 국내외 고객사를 겨냥해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 칩 수요가 폭증하자, 소재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일본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이 2나노 반도체 생산의 주요 거점이 되는 흐름에 맞춰, 일본 업체들은 '공급망 근접화(local supply)'와 공급 안정성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한다.

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화학 소재 공급업체인 도쿄오카고교(Tokyo Ohka Kogyo)의 타네이치 노리아키 사장은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200억 엔(약 1억3000만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외곽 경기도 평택(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들어설 이 시설은 2030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며, 도쿄오카의 한국 내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3~4배 확대한다. 상세 계획은 2027년경 확정된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될 전망이다. 도쿄오카는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최근 미국 오픈AI와 데이터 센터 서버용 메모리 칩 조달 계약을 맺은 상황에 주목하며, 칩 제조업체의 공장 인근에서 레지스트를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Just-in-time'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메모리와 AI 서버용 반도체 패키징 공정 수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주요 생산품은 칩의 소형화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감광성 물질인 포토레지스트와 식각, 세정, 증착 등 공정용 고순도 화학물질이다. 도쿄오카는 따로 고순도 화학물질 공장에도 120억 엔을 한국에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제이에스알(JSR)을 포함한 일본 제조사들은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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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용 MOR 등 첨단 소재 기술 선점 경쟁


시장 전반은 초미세 공정 경쟁의 가속화에 대응한다. 삼성전자와 TSMC는 올해 2나노 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의 라피더스(Rapidus)는 2027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TSMC는 더 나아가 2028년에는 1.4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아데카(Adeka)는 첨단 소재 공급을 위해 32억 엔을 투입, 일본 이바라키현 공장에 신규 포토레지스트 소재 양산 설비를 설치한다. 2028년 4월 이후 가동될 이 설비는 차세대 금속 산화물 레지스트(Metal Oxide Resist, MOR)와 관련 금속화합물을 핵심 원료로 생산한다. MOR은 첨단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공정용 차세대 감광재로, 기존 유기계 포토레지스트보다 해상도가 높아 2나노미터(nm) 이하 공정에 적합하며 수율 향상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데카는 이러한 양산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경쟁사인 JSR 역시 세부 지역 미공개 상태로 한국에 MOR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말 가동을 앞두고 있다. JSR은 도쿄오카, 아데카와 함께 첨단 EUV 레지스트 시장을 선점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과의 기술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3차원 패키징 특수재 투자까지 확대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다. PwC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2024년 720억 달러에서 2030년 970억 달러로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칩 수요는 견고하며, 칩 구조가 3차원 구조로 바뀌고, 쌓이고, 미세해짐에 따라 단위 칩당 소재 사용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 소재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각국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첨단 칩 제조를 주도하며, 일본 기업들은 소재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공급 불안정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닛토보세키(Nitto Boseki)는 150억 엔을 투자해 후쿠시마현에 새 공장을 열고 반도체 기판용 특수 유리(유전체 박막과 패키징용)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최대 세 배 증설한다. 이는 고집적 반도체 패키징에서 요구되는 열안정성과 투명성, 균열 저항성을 강화하는 특수 유리소재의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조치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또한 160억 엔을 들여 일본 시즈오카현 공장에 고성능 절연재(interlayer dielectric material) 생산 라인을 추가하며, 칩 적층화(3D 패키징)와 고주파 특성 향상 대응을 위해 2028 회계연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내 소재 공급망 변화 전망


이러한 일본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2019년 한일 수출규제 이후 위축됐던 협력 관계는 2나노·EUV 기술 중심의 기술 동맹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공정 안정화를 위해 일본 업체와 공동 개발 또는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