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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창업 산실' 6인치 팹 2027년 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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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창업 산실' 6인치 팹 2027년 말 '역사 속으로'

대만 마지막 6인치 '팹2' 단계적 폐쇄…8인치 '팹5'도 통합·최적화
'12인치·첨단 공정' 중심 사업 재편…"미래 위한 완전한 전환" 선언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가 '창업 산실'로 불리는 6인치 웨이퍼 팹 가동을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주커)에 있는 '팹2(晶圓二廠)'가 그 대상이다. 이 공장은 TSMC가 대만 내에 보유한 마지막 6인치 팹이다. 이와 동시에 8인치 팹인 '팹5(五廠)'도 통합과 최적화 작업에 들어간다. TSMC를 오늘날 세계 1위 자리에 올려놓은 6인치 팹 시대가 막을 내리고, 12인치 중심의 고부가가치 첨단 공정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는 점을 상징하는 선언이다.

앤디 그로브도 감탄한 'TSMC 신화'의 시작


5일 대만 '경보(鏡報)' 등 외신에 따르면, TSMC의 신화는 신주과학단지에 있는 2곳의 6인치 팹에서 시작했다. TSMC는 설립 초기부터 이 6인치 웨이퍼를 중소형 반도체 생산에 사용해 회사의 초창기 성장을 이끌었다.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주는 자서전에서 "팹1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공업기술연구원(ITRI) 건물이었다"고 회고하며 이 시기를 '간난신고(篳路藍縷, 산림을 헤치고 길을 낸다는 뜻)'의 시기라 칭했다.

이 '창업 산실' 팹1에는 훗날 인텔 신화의 주역이 된 앤디 그로브(Andy Grove)와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당시 인텔 수석 부사장이었던 그로브는 팹1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본 뒤 "정말로 가동 중인 6인치 웨이퍼 팹이 있다니!"라며 감탄했다. 이후 불과 몇 달 뒤 인텔은 TSMC에 1.5 마이크로미터(μm) 공정의 마이크로컨트롤러 위탁생산을 의뢰하며 TSMC의 첫 고객이 됐다.

TSMC가 장 창업주가 '포효하는 90년대'라고 이름 붙인 시대로 진입한 데는 팹2의 두 가지 혁신 결정이 주효했다. 첫째는 실리콘밸리 어시스트(Asyst)사가 개발한 SMIF(Standard Mechanical Interface, 소형 클린박스)를 도입한 것이고, 둘째는 네덜란드 ASML의 노광 장비를 채택한 것이다. 당시 TSMC와 ASML 모두 신생 기업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이 결정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으나, 이 결정은 1990년대 TSMC의 독보적인 성장을 이끈 '신의 한 수'가 됐다.

12인치·고부가 공정으로 역량 집중


TSMC는 이번 6인치 팹 폐쇄와 8인치 팹 통합 조치가 시장 환경 변화와 장기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효율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중소형 웨이퍼에서 대형 12인치 웨이퍼로 역량을 집중해 고부가가치 첨단 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팹2 가동 중단에 따른 고객사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생산 전환과 설비 이전을 지원해 이 기간 고객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TSMC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초석을 다지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6인치 팹2는 2027년 말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TSMC 창업 초기의 상징이자 핵심 기반 시설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동시에, 미래 첨단 공정 시대로 완전히 전환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