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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본드 시장 10년 만의 활황…르노·신한·슬로베니아 하루 1,600억 엔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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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본드 시장 10년 만의 활황…르노·신한·슬로베니아 하루 1,600억 엔 조달

日 투자자 고수익 채권에 ‘큰손’ 등장…르노, 952억엔 3년물 발행
BOJ 추가 인상·다카이치 정부 재정확대 우려 속 해외 발행사 자금조달 ‘앞당기기’ 활발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르노, 슬로베니아, 신한은행이 7일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며 이 시장에서 최소 10년 만에 가장 활발한 하루를 기록했다고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1600억 엔(약 1조4000억 원) 이상을 조달한 이번 거래에는 올해 최대 단일 트랜치인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의 발행도 포함됐다.

이번 거래는 해외 발행사의 엔화 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이 유사한 등급의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에 끌렸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채권신디케이션부의 미쓰이 가쿠는 "혼잡한 파이프라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금액을 확보한 것은 외국 발행사에 대한 일본 투자자 수요의 강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 모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시장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르노는 952억 엔(약 1조3300억 원) 규모의 3년물 채권을 쿠폰 2.17%로 발행했다.

슬로베니아는 310억 엔(약 4340억 원) 규모의 3년물 소셜 노트를 1.24%에 매각했다.

한국의 대출기관인 신한은행은 4개 트랜치로 구성된 전환 채권 거래로 시장에 진입해 400억 엔(약 5600억 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2년에서 5년까지이며 고정 금리 트랜치의 쿠폰은 1.322%에서 1.732% 범위다.

일본은행이 향후 몇 달 안에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새 정부가 재정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로 엔화 수익률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일부 발행사들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자금조달 계획을 앞당기도록 유도했다. 아프리카 수출입은행은 사무라이 채권 거래를 검토하고 있으며 버크셔 해서웨이도 엔화 채권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2025년 현재까지 사무라이본드 발행액은 1조986억 엔(약 15조4000억 원)으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3개 발행사가 가격을 책정한 것은 적어도 10년 만에 처음이다.

사무라이본드 발행 급증은 일본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선제적 자금조달이다. 발행사들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발행사들이 조기 자금조달에 나섰다"며 "금리 상승 전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르노의 952억 엔 발행은 올해 최대 규모 단일 트랜치다. 2.17% 쿠폰은 국내 유사 등급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로 일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채권 전문가는 "르노가 대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은 일본 투자자들의 외국 발행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의 소셜 노트 발행도 주목할 만하다. ESG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목적의 채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이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ESG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의 ESG 투자 선호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4개 트랜치 전환 채권은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했다. 만기와 수익률을 다양화해 폭넓은 투자자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업계는 "신한은행이 일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기관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도 발행을 촉진했다. 프랑스와 일본 모두에서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서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외국 발행사 채권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발행액이 3년 만에 최저라는 것은 시장 환경이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엔화 약세와 금리 불확실성으로 발행이 주춤했다.

업계는 "하반기 들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전망이 오히려 발행을 촉진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최다 동시 발행은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수출입은행, 버크셔 해서웨이 등도 발행을 준비하고 있어 파이프라인이 두텁다.

전문가들은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의 외국 채권 수요가 여전히 견고해 발행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엔화 채권 발행 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발행사들은 금리 상승 타이밍을 면밀히 주시하며 발행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속도와 규모에 따라 사무라이본드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며 "발행사들의 선제적 자금조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