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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견인 빅테크, 한 주간 시총 1조 달러 증발…4월 이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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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견인 빅테크, 한 주간 시총 1조 달러 증발…4월 이후 ‘최악’

엔비디아·메타·팔란티어 등 일제히 급락...중국 AI 기업 추격 강화 속 투자심리 급랭
영국 첨트시 아크 데이터 센터에 위치한 새로운 네비우스 AI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첨트시 아크 데이터 센터에 위치한 새로운 네비우스 AI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인공지능(AI) 열풍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요 빅테크의 시가총액이 지난 한 주간 1조 달러(약 1456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부르며 관세 폭탄을 단행했던 지난 4월 이후 최악의 한 주로 기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 메타, 팔란티어, 오라클 등 AI 관련 대표 8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주말 대비 약 8000억 달러(약 1160조 원) 감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한 주간 3% 하락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세 발표 이후 10% 급락했던 4월 이후 가장 부진한 주간 성적을 냈다.

롬바르드 오디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플로리안 이엘포 거시경제 책임자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막대하며 점점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는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의심스러운 투자가 난무하던 시기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및 구글 등 4개 빅테크 기업은 3분기 합산 1120억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을 보고했다. 이들 기업은 AI 사업 확장을 위해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차입 중이다.

JP모건에 따르면, 통상 주가 하락 시 적극 매수에 나서던 개인 투자자들도 이번 주에는 관망세를 보였다. 은행은 “개인 투자자들이 팔란티어의 실적 발표 이후 방산 관련 주식 비중을 줄였고, 올해 급등한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에서는 차익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은 미국 노동시장 약화 신호와 소비심리 둔화 우려와도 맞물리면서, 이번 주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날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미국 소비자 심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 38일째 이어지고 있는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으로 인해 핵심 경제 지표의 발표가 중단된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노동시장이 9월 말 이후 크게 약화됐을 가능성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비스돔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마이크 지그몬트는 “어쩌면 경기침체의 위험이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10월 기준 고용 추정치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마존, 파라마운트 및 타깃 등 대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블루웨일 그로스 펀드의 스티븐 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 흐름이 매우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응 속도를 늦추고 있는데 더 신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블루웨일 그로스 펀드는 “우리는 M7 종목 중 다른 종목들은 보유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태우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빅테크 주가, ‘와르르’...中 AI 경쟁력 강화에 '긴장'


AI 열풍을 이끌던 엔비디아 등 대표 빅테크 주가가 급락하자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번 주 시가총액이 약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증발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불과 일주일 전,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이 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및 브로드컴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문샷AI(Moonshot AI)는 최근 훈련 비용이 500만 달러(약 73억 원) 미만에 불과한 차세대 언어모델 ‘키미 K2 싱킹(Kimi K2 Thinking)’을 공개하며 미국 AI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 R1 모델을 발표하자 월가에서 패닉 매도가 발생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890억 달러 증발하기도 했다.

AI 개발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토마스 울프는 이번 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이 또 다른 딥시크의 순간인가?”라며 중국 문샷AI의 ‘키미 K2(Kimi K2)’ 모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빅테크의 주가 급락이 매수 기회라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펀드스트랫은 기술주가 이번 주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기술 전략가는 전날 보고서에서 “기술주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이번 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M7’ 내의 개별 종목을 포함한 기술주 전체 지지선이 붕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