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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TSMC, '3나노 동맹' 재확인…젠슨 황, 타이난 팹18 방문·웨이저자와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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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TSMC, '3나노 동맹' 재확인…젠슨 황, 타이난 팹18 방문·웨이저자와 만찬

8일 TSMC 스포츠데이 참석, 모리스 창과 회동…차세대 '루빈' 칩 생산·공급 우선권 확보 행보
韓 이재용·정의선 회동 직후 대만행…'인텔 협력설' 불식시키며 'AI 공급망' 다지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일(현지시각) 오후 타이난에 도착해 TSMC 핵심 임원들과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디지타임스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일(현지시각) 오후 타이난에 도착해 TSMC 핵심 임원들과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디지타임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난을 방문, TSMC의 웨이저자(魏哲家) 회장 겸 CEO 등 핵심 임원진과 만찬을 함께하며 양사 간의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디지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교류 행사를 넘어,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받는다. 2025년 들어 벌써 네 번째 대만을 찾은 황 CEO는 8일 열리는 TSMC 연례 스포츠 행사에도 참석해 모리스 창 창업주와 회동할 예정이어서 세계적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양사 결속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오후 2시 20분, 젠슨 황 CEO는 봄바디어 개인 제트기 편으로 타이난에 도착했다. 미소를 띤 채 비행기에서 내린 그는 현장에 모인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중국어와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황 CEO는 6분간의 짧은 인터뷰 직후 타이완 남부 과학단지(Southern Taiwan Science Park)에 위치한 TSMC의 팹 18(Fab 18)로 직행, 최첨단 3나노미터(nm) 칩 생산 라인을 시찰했다. 그는 타이난에서 약 5시간을 머무른 뒤 타이베이로 이동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방문 목적을 "TSMC의 엔지니어와 경영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이 매우 견조하다(Business is very strong)"고 강조했다.
공장 견학을 마친 황 CEO는 TSMC의 웨이저자 회장 겸 CEO, 케빈 장(Kevin Zhang) 비즈니스 개발 및 글로벌 영업 담당 수석 부사장(부 공동 COO), 왕융량(Y.L. Wang) 운영 및 팹 운영 담당 부사장, 첸핑호(P.H. Chen) 인사 담당 부사장 등 TSMC의 고위 임원단과 만찬을 가졌다. 이들은 현지 유명 식당에서 대만의 대표 음식인 소고기 샤브샤브를 즐겼으며, 황 CEO는 식당 근처의 팬들에게 식사비를 대신 지불하는 등 특유의 '팬 서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황 CEO는 8일 신주 시립 경기장에서 열리는 TSMC의 연례 스포츠 행사에 참석해 모리스 창(Morris Chang) 창업주와 만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대만에서 약 하루 반(36시간) 가량의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 CEO는 8일 이른 아침 행사장을 찾아 창업주 및 다른 고위 임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TSMC의 강력한 지원과 대만 공급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 대만 방문…'루빈' 칩·인텔 투자설 '정면 돌파'


이번 방문은 2025년 들어 황 CEO의 네 번째 대만행이다. 직전 방문인 지난 8월 22일에는 단 12시간만 머무르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TSMC 임원진과 회동, 내부 연설, 만찬 간담회 등을 소화했다. 당시 그는 차세대 AI 칩인 루빈(Rubin) 아키텍처 기반의 3나노 칩 등 현재 테이프 아웃(설계 완료) 단계인 6개 설계(디자인) 프로젝트의 상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소식통들은 황 CEO의 8월 방문이 차세대 칩 생산 논의뿐 아니라, 미국-대만 간 반도체 관세 및 상호 무역 규제,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제조 비용 상승 문제 등 광범위한 현안을 다루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추가 생산 능력이 절실했던 엔비디아는 TSMC와 파운드리 생산 단가 및 공급 일정 조정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황 CEO가 엔비디아의 인텔 투자 계획을 TSMC 측에 사전에 통보하면서, 이 결정이 "양사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방문은 당시 제기된 인텔 협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TSMC와의 신뢰 관계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갖는다.

황 CEO의 이번 대만 방문은 최근 한국 방문 직후 이뤄진 행보다. 그는 한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겸 CEO와 '치맥 회동'을 갖고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 바 있다. 황 CEO의 이러한 행보는 엔비디아가 TSMC와의 동맹을 축으로 하면서도 삼성, 인텔 등 다른 파트너들과도 협력하는 '세계적 공급망의 균형적 파트너십'을 설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방문은 차세대 AI 칩 '루빈(Vera Rubin)' 세대 출시를 앞두고 TSMC의 3nm 생산 능력을 대거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AI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려면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로부터 '공급 우선권(Allocation Priority)'을 재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中매출 급감에도 '깜짝 실적'…AI 수요 폭발


한편,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2분기(7월 말 종료)에 전년 동기 대비 56% 급증한 467억 달러(약 62조 4000억 원)의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72.4%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으며, 데이터센터 매출 역시 411억 달러로 전년 대비 56% 늘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을 약 54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공식 실적은 오는 11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 내 매출이 급감했는데도, 시장 분석가들은 세계적 AI 인프라 수요가 이를 상쇄하며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어 560억 달러에서 570억 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방문이 AI 반도체 패권 구도에서 핵심 공급망 파트너와의 연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현장 엔지니어들을 직접 챙기는 젠슨 황 특유의 '기술과 사람 중심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