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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경고등, 1929년 대공황 닮은 '3 L'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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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경고등, 1929년 대공황 닮은 '3 L' 공포

과도한 레버리지·풍부한 유동성·투자 광기…손실 AI 스타트업 10곳 가치 1조 달러
엔드루 로스 소킨 신간 주목…"거품은 예상치 못할 때 꺼진다"
최근 미국 기술주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이 과거 닷컴 버블이나 1929년 대공황 직전과 같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금융계 안팎의 경고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미국 기술주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이 과거 닷컴 버블이나 1929년 대공황 직전과 같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금융계 안팎의 경고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GPT4o
최근 미국 기술주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이 과거 닷컴 버블이나 1929년 대공황 직전과 같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금융계 안팎의 경고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문기자이자 인기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 공동 제작자인 엔드루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은 최근 1929년 주식시장 붕괴를 다룬 신간을 출간하며 시기적절하게 이러한 논의를 촉발했다.

소킨이 제시하는 금융시장 역사의 핵심 교훈은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 부채), 풍부한 유동성(Liquidity), 그리고 투자자들의 광기(Lunacy), '3 L'이 주가 폭등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AI 열풍 자체도 중요하나, 그 근저에는 '쉬운 돈(easy money)'이 만든 시장 불균형이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모든 거품은 결국 꺼지기 마련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붕괴가 닥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준의 양적 긴축 완화에도 유동성은 넘친다


현재의 유동성 환경은 지난 10년 넘게 이어진 양적 완화(QE)와 낮은 실질 금리, 재정 부양책, 민간 신용 창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머니 마켓(단기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 우려를 이유로 양적 긴축(QT)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유동성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은행들이 연준과 거래하는 머니 마켓 일부에서 레포 금리(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다른 연준 기준보다 급등하여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현상은 연준의 양적 긴축 방법론과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국채 발행을 왜곡하는 등 기술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사토리 인사이트(Satori Insights)의 맷 킹(Matt King) 설립자는 "연준이 양적 긴축을 중단하고 금리 인하까지 시사하는데도, 일부 금융 상황 지표는 2020년 말 이례적인 부양책 이후 가장 완화된 상태"에 이르러 시장의 '거품(froth)'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금융 상황 지수가 올해 들어 크게 완화했고, 연준의 태도에 따라 앞으로 더 풀릴 공산이 크다는 점은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과잉 유동성은 투자자들을 안이하게 만들다가 위기가 닥치면 갑자기 사라지는 속성이 있다.

레버리지 확산과 광기가 빚어낸 비이성적 시장


두 번째 레버리지(부채) 문제는 금융 부문 전반에서 불균형을 보인다. 미국 가계 부채는 2007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고 비금융 기업 부채도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레버리지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특히 서구권 정부의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더불어 AI 관련 벤처 기업의 부채 증가와 민간 투자(Private Equity) 및 사모 신용(Private Credit) 부문에서 금융권의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마진 거래(Margin Trading) 수준도 급증했다.

킹 설립자는 "금융권의 레버리지 증가는 레포 시장과 헤지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레버리지는 풍부한 유동성과 결합하여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이며, 패시브 펀드가 시장의 모멘텀을 극대화하는 역할까지 한다.

세 번째 광기(Lunacy)는 시장 곳곳의 비이성적 가치와 투자 행태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Palantir) 주가는 최근 미래 예상 순이익의 230배에 달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나아가 손실을 기록하는 AI 스타트업 10곳의 가치 총합은 거의 1조 달러(1457조 원)에 이른다.

광기의 또 다른 예로, UBS의 콜름 켈러허(Colm Kelleher) 회장은 금융인들이 거래(Deal)에 유리한 '신용 등급 쇼핑(ratings shopping)'을 하는 행태가 부활하여 "임박한 시스템 위험"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금융 상품을 출시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후한 신용 평가를 해주는 기관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는 행위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치는 위험한 신호로 풀이된다.

'Fed ' 기대에도 거품의 붕괴는 필연적


소킨 기자는 연준이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2008년이나 2020년처럼 유동성을 다시 공급하여 1930년대식 대공황은 막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극우 성향 블로거인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처럼 중앙은행의 구제 금융이 '화폐 가치 희석'을 가속화하여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을 더 큰 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는 가상자산과 금을 선호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핵심 논거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장이 하락할 때 지지해줄 것이라는 'Fed (Fed Put)'에 대한 기대와 AI를 제외한 일반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을 근거로 기술주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가 실제 기술이라는 점도 과거 거품과 다른 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거품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꺼진다는 역사의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킨의 분석처럼, 공개 시장(Public Markets)에서는 주가가 급락하는 '갑작스러운 붕괴(pop)'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최근 중요성이 커진 사모 금융(Private Finance) 분야에서는 주식처럼 하루아침에 폭락하기보다는, 마치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듯 '길고 느린 바람이 빠지는 소리(long, slow hiss)'처럼 서서히 가치가 하락하고 부실이 드러나는 형태로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와 유동성을 끊임없이 살피고, 광기는 1929년처럼 사태가 지나고 나서야 명확해진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