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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고별 서한서 "조용히 물러날 것...재산 기부 속도는 더 높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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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고별 서한서 "조용히 물러날 것...재산 기부 속도는 더 높일 계획"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한 시대의 막을 내렸다. 사진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5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한 시대의 막을 내렸다. 사진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5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투자의 귀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한 시대의 막을 내렸다. 노후화한 섬유 공장을 1조 달러(약 145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복합기업으로 성장시킨 버핏은 올해 연말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물러난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버핏은 10일(현지시각) 공개한 고별 서한에서 자신의 약 13억 달러(약 1조88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네 곳의 가족 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버크셔해서웨이 A주 1800주를 B주 270만 주로 전환해 4개의 가족 재단(수전 톰슨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하워드 G. 버핏 재단, 노보 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추수감사절 서한에서 “자녀들의 나이도 많아진 만큼, 내가 보유한 버크셔 주식을 그들의 재단으로 더 빠르게 이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신탁관리인들이 교체되기 전 내 전 재산 대부분을 자녀들이 관리·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는 버핏은 앞으로 회사의 연례 주주 서한을 쓰거나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일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내년 초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자리를 승계받을 그렉 에이블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올해 95세인 버핏은 내년 초를 기점으로 CEO직을 63세의 에이블에게 공식 이양할 예정이다. 그는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이 찰리(고 찰리 멍거 전 부회장)와 그렉(에이블 CEO)에 대해 충분히 신뢰를 느낄 때까지 상당한 수의 A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신뢰 형성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는 좋다”면서도 생전에 자녀들의 재단에 대한 자선 기부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이번 생전 기부 가속화는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내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버크셔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내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그가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첫 주요 메시지로, 60여 년간 이어온 버핏의 경영 시대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인 에이블은 내년부터 CEO로 승진하며, 1965년부터 버핏이 직접 써온 버크셔의 연례 주주 서한도 이어받아 쓰게 된다. 다만 버핏은 이번에 새로 시작한 ‘추수감사절 메시지’는 매년 직접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서한 말미에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영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 나는 ‘조용히 물러난다’”고 밝혔다.

버핏은 또한 드물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놀랍게도 나는 대체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움직임이 느려지고 독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 5일 사무실에 나가서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늦게서야 ‘노인’이 되었지만, 일단 그 시기가 오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쾌하게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