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테러 13명 사망...현대 i20 차량 폭발, '자살 공격' 추정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부에서 현대자동차 i20 차량을 이용한 폭발로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인도 당국이 이를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인디아투데이와 알자지라, 라이브민트 등 현지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델리 경찰이 폭발에 사용된 차량의 11시간 이동 경로를 모두 추적했으며, 자살 폭탄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폭발은 10일 저녁 6시 50분경 델리의 대표적 관광지인 레드 포트(붉은 요새)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퇴근 시간대 혼잡한 거리에서 일어난 폭발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는 지난 4월 카슈미르 파할감 공격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보안 사고로 기록됐다.


델리 경찰은 CCTV 영상 100여 개와 톨게이트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폭발 차량의 완전한 이동 경로를 재구성했다. 인도 프레스 트러스트 통신에 따르면 흰색 현대 i20 차량은 10일 오전 7시 30분 델리에서 약 30km 떨어진 하리아나주 파리다바드의 아시안 병원 앞에서 처음 목격됐다.
차량은 오전 8시 13분 톨게이트를 통과해 델리로 진입했고, 오후 3시 19분 레드 포트 인근 주차장에 도착해 약 3시간 동안 머물렀다. 이후 오후 6시 22분 주차장을 떠나 레드 포트로 이동했고, 24분 후 폭발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차량이 3시간 동안 주차돼 있던 것은 정찰 활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달 29일자 CCTV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문제의 차량이 오염 검사를 받는 장면이 담겼는데, 당시 셔츠를 입은 남성과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 배낭을 멘 흰색 티셔츠 차림의 남성 등 3명이 함께 나타났다. 이 날짜는 우마르 모하마드에게 차량이 매각된 날과 일치하며, 우마르는 이후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폭발 전날인 9일, 잠무 카슈미르 경찰과 하리아나 경찰은 합동으로 파리다바드 섹터 56의 한 임대 주택에서 질산암모늄 360kg과 기폭 장치, 전선 등 폭발물 제조 물질 2,900kg을 압수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무자밀 샤킬로, 의학 학사 학위 소지자이며 알 팔라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함께 체포된 무자밀 가나이에와 샤힌 사예드도 모두 의사 출신으로, 질산암모늄 회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보안 당국은 "용의자들이 테러 모듈 단속 사실을 알고 공황 상태에서 절망적인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델리 경찰 소식통은 ANI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 결과 이번 폭발은 파리다바드 모듈과 연관된 '피다인'(자살) 공격으로 추정된다"며 "용의자가 조직 붕괴 사실을 인지하고 자살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부탄 방문 중 "공격 배후 세력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미트 샤 내무장관은 긴급 안보 검토 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관련자 전원을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사건 수사를 연방 정부 직속 대테러 기관인 국가수사국(NIA)에 이관했다. 당국은 불법활동예방법(UAPA)과 폭발물법, 바라티야 냐야 산히타(BNS) 등 대테러 관련법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델리 메트로는 보안상의 이유로 랄 킬라(레드 포트의 현지명) 역을 12일부터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델리 경찰은 13일까지 3일간 레드 포트를 폐쇄하고, 파하르간지와 다리아간지 지역 호텔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은 11일 델리 국방 대화 연설에서 "비극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이스라엘, 스리랑카 등 각국 정부는 이번 테러 공격에 대해 애도를 표명했다. 인도 최대 야당인 의회당은 "심각한 보안 실패가 일어났다"며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