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세대 AI칩(AI5·AI6) 양사 동시 발주…공급망 리스크 분산·경쟁 유도 '고단수'
40억 달러 투입 테일러 팹, ASML 장비 반입 돌입…2나노 GAA 공정, TSMC와 본격 '수율 전쟁'
40억 달러 투입 테일러 팹, ASML 장비 반입 돌입…2나노 GAA 공정, TSMC와 본격 '수율 전쟁'
이미지 확대보기하지만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진짜 이유는 지금부터다. 지난 11월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차세대 AI 칩(AI5, AI6)을 삼성 테일러 공장과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동시에 조달하는 '듀얼 소싱(Dual-Sourcing)' 전략을 공식 확인하면서, 두 파운드리 거인의 정면승부가 막이 올랐다고 컨스트럭션 리뷰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재개를 넘어, 삼성의 2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이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실질적인 '수율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자금 투입과 9월, 11월로 이어지는 대규모 엔지니어 채용은 모두 이 '2나노 수율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테슬라가 꺼내든 '듀얼 소싱' 카드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고도의 전략이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삼성과 TSMC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가격과 성능, 그리고 수율을 최적화하겠다는 의도다. 테슬라라는 거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두 기업의 2나노 공정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40억 달러 수혈, '장비 반입'으로 승부수
머스크의 발언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는 증거는 테일러 현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11월 4일 자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테일러 공장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설치 및 운영을 위한 현지 전담팀 구성을 시작했다.
이는 테일러 공장이 단순한 '건물 공사' 단계를 지나 반도체 생산의 심장부인 '클린룸'을 가동하고 핵심 장비를 반입하는 '팹 램프업(Fab Ramp-up)' 단계에 본격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삼성이 이번에 추가 투입하는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 중 28억 7000만 달러(약 4조 1000억 원)가 핵심 제조 장비 확보에 배정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자금 수혈이 ASML의 최첨단 EUV 장비 반입이라는 실질적인 '승부수'로 이어진 것이다. 2025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엔지니어 대규모 채용 역시 이 첨단 장비를 가동하고 2나노 공정 수율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EV)와 AI 시스템에 탑재될 2나노 칩을 전담 생산하게 된다. 테슬라와의 계약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수요 확실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가장 앞선 기술인 2나노 GAA 공정의 대량 양산 능력을 시장에 증명할 기회다.
'GAA 수율'이 테슬라 물량 향배 가른다
이제 공은 삼성의 '2나노 수율'로 넘어왔다. 아무리 기술적 구조(GAA)가 진보했더라도,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TSMC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머스크가 '듀얼 소싱'을 공식화한 이상, 테슬라는 두 회사의 수율과 성능을 저울질하며 AI5, AI6 칩의 물량 배분을 조절할 것이 자명하다.
삼성의 테일러 공장 재가동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보쉬(Bosch)가 캘리포니아 로즈빌에, 마이크론(Micron)이 아이다호 보이시에 각각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국 본토의 '반도체 부활'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2024년의 일시 중단은 과거의 일이 됐다.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추가 투자, ASML 장비 반입, 그리고 테슬라의 '듀얼 소싱' 선언이 맞물리며 삼성 테일러 공장은 이제 TSMC 애리조나 공장과 미국 AI 칩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2나노 수율 전쟁'에 돌입했다. 이 승부의 결과가 삼성 파운드리의 미래는 물론, 미국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을 좌우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