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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법원 “우버 기사, 근로자 지위 인정”…단체협상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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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법원 “우버 기사, 근로자 지위 인정”…단체협상 가능해져

우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버 로고. 사진=로이터

뉴질랜드 대법원이 우버 기사들이 근로자 지위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우버 드라이버들이 임금, 휴가, 병가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노동시장과 플랫폼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례로 평가된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대법원은 우버 기사들이 회사의 통제를 받으며 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독립 계약자가 아니라 ‘직원(employee)’이라고 이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우버 기사들은 법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해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소송은 뉴질랜드 서비스노조와 교통노조가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의 일환이었다. 하급심은 기사들의 계약자 지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우버가 실질적으로 배차를 통제하고, 기사들을 평가하며, 고객과의 요금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고용관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뉴질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우버나 딜리버루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21년 영국 대법원은 우버 기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으며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와 유사한 지침을 추진했다.

우버는 이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뉴질랜드 우버 측은 성명을 통해 “드라이버의 유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노동정책 논쟁에서 ‘플랫폼 노동’의 경계와 성격을 다시 규정하는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기존의 독립 계약자 모델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과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구조에 제동을 거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우버뿐 아니라 전 세계 플랫폼 기업의 인건비 구조와 사업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뉴질랜드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비슷한 판례가 확산된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드라이버에게 최저임금, 유급휴가,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동시에 이는 경영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우버는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2만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플랫폼에 등록된 드라이버 수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만약 이들 모두가 근로자 지위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 기업 전체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