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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일본·중국 경제에 '직격탄'…GDP 급락·수출 위축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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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일본·중국 경제에 '직격탄'…GDP 급락·수출 위축 현실화

일본 3분기 GDP 6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 중국 10월 수출 8개월 만에 감소…미국만 AI 투자로 경기 방어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공세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위기에 빠졌다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DALLE-3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공세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위기에 빠졌다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DALLE-3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공세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위기에 빠졌다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 17(현지시각) 일본 내각부 발표를 인용해 일본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환산 기준 1.8%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스위스의 GDP0.5% 감소했는데, 이는 2023년 이후 첫 분기 감소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달리 대부분 국가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일지 않아 관세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AI 투자로 경기 하방 압력을 상쇄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관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자동차 수출 급감… 관세 인하에도 경기 회복 발목


일본의 3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으며, 수출은 연율 환산 4.5% 감소했다. 올해 초 증가세를 보였던 자동차 수출량이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지난 7월 미일 무역협정에서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음에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이 지난 9월 일본 상품 대부분에 15% 기본 관세를 부과한 뒤 순수출은 마이너스 0.2%포인트 성장 기여에 그쳤으며, 수출이 수입보다 빠르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관세 부담이 일본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 행정부는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고 미국 관세에 직면한 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미국 수출 25% 급락에도 수출 시장 다변화 박차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30535000만 달러(447조 원)를 기록했다고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7일 밝혔다.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나타난 수출 감소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10월에 전년 같은 달 대비 25% 급감해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연합(EU), 아프리카로의 수출이 1~10월 각각 14.3%, 7.5%, 26.1% 급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과 스위스 등과의 최근 무역협정으로 일부 관세가 인하되었지만, 트럼프 취임 전보다 여전히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올해만큼 심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관세가 세계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호다.

트럼프 상호관세 전격 시행…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트럼프 대통령은 202542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해 "크고 지속적인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5일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가 부과되었고, 49일부터는 57개국에 대해 개별적으로 더 높은 상호 관세가 적용되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상호관세가 "양자 무역적자를 제로로 만들" 목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에는 초기 34%에서 시작해 보복관세 대응 과정에서 84%를 거쳐 최종적으로 145%까지 인상되었고,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서는 25%였으나 백악관 공식 문서에는 26%로 명시되어 혼선을 빚었다. 일본은 24%, 유럽연합(EU)20%의 관세가 각각 적용되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관세와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묘사했으며, 이코노미스트지 편집장은 이 조치를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정책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 25% 관세와 중국 20% 관세의 전체 효과는 미국 실질 관세율을 7%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194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예산연구소는 이로 인해 미국 물가 수준이 1.0~1.2% 상승하고, 2024년 기준 가구당 평균 소비자 손실액이 1600~2000달러(234~293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와 장기 리스크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이 이미 국가 간 무역 협정의 핵심인 미국산 대두 구매를 지연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리노이 대두협회의 토드 메인 시장개발 이사는 악시오스에 중국이 올해 1200만 톤의 대두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구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제품 고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 GDP는 약 0.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 연구에서는 미국의 한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이 9.3~13.1% 감소하고, 이로 인한 국내 부가가치는 약 7.9~10.6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의 보편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2025년에 0.8%, 2026년에 1.3% 각각 감소할 것이며, 미국 GDP2025년 약 1.0%에 이어 2026년 약 1.6%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는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이 2025년에 0.6% 낮아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GDP0.3~0.4% 감소해 연간 800~110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 보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AI 투자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들의 경우 관세 충격이 고스란히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증시 불안, 중소기업 비용 부담 증가, 소비자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