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종료 후 네트워크 자동전환 실패…5만여 대 긴급 교체·업데이트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구형 갤럭시, 3G 종료 후유증으로 긴급통화 불능
TPG텔레콤에 따르면 사망자는 자사 알뜰폰 브랜드인 레바라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으로, 구형 기기로 호주 긴급전화번호인 트리플 제로(000)를 걸려다 실패했다. 회사 측은 당시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초기 조사 결과 해당 삼성 구형 기기의 소프트웨어가 TPG 네트워크에서 긴급통화 기능과 호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호주에서 1년여 전 단행된 3세대(3G) 이동통신 네트워크 종료와 관련이 있다. 일부 구형 삼성 기기는 긴급통화 시 3G를 우선 사용하도록 설정돼 있었는데, 3G 종료 후 자동으로 4G나 5G로 전환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긴급통화가 차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 언론들은 삼성이 이런 문제를 겪는 모델이 총 71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11종은 교체가 필요하고, 나머지 60종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이 가능하다.
TPG텔레콤 최고경영자(CEO) 이냐키 베로에타는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구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은 긴급 상황에서 트리플 제로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체 없이 기기를 교체하거나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만 대 이상 차단 예상…야당 "정부 즉각 개입해야"
호주 통신사들은 지난 10월 말 구형 기기 사용자들에게 권고 사항을 발송했다. 통신사로부터 통지를 받은 뒤 28~35일 이내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해당 기기는 네트워크에서 차단된다. TPG텔레콤은 가장 최근인 지난달 7일에도 영향을 받는 기기 사용자들에게 업데이트 안내를 보냈다고 밝혔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약 5만 대의 구형 삼성 기기가 차단될 것으로 추정된다. 영향을 받는 모델은 갤럭시A7(2017), A5(2017), J1(2016), J3(2016), J5(2017), 노트5, S6, S6엣지, S6엣지플러스, S7, S7엣지 등이다.
호주의 야당 소속 통신정책 대변인인 멜리사 매킨토시는 "이미 너무 늦었다"며 "연방 정부는 모든 통신사가 영향을 받는 기기를 보유한 고객과 연락해 기기 교체나 업데이트가 이뤄지도록 즉각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것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호주인의 죽음"이라며 "가장 절박한 순간에 필요한 전화를 걸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규제당국 조사 착수…옵터스 사고 이어 연쇄 파장
호주 통신규제기관인 호주통신미디어청(ACMA)은 TPG가 긴급통화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통신부 장관 아니카 웰스는 "이것은 조사될 비극적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호주 통신업계가 긴급통화 시스템 신뢰성 문제로 집중 조명받는 시점에 발생했다. 지난 9월 호주 2위 통신사인 옵터스에서 트리플 제로 장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의회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옵터스 사고에 대한 독립조사 보고서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TPG텔레콤 고객의 사망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어려운 시기에 유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근 일부 구형 기기가 TPG텔레콤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트리플 제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긴급통화 문제가 있는 기기들의 공유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ACMA에 호환 가능한 기기 목록 공개를 요청했으나 규제당국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TPG는 네트워크 장애가 아니라 3G 종료 이후 일부 삼성 구형 기기가 대체 네트워크로 자동 전환되지 못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규제당국은 통신사가 영향받는 고객들에게 적시에 업데이트를 안내할 의무를 다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어, 통신사와 제조사 간 책임 소재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는 "구형 휴대폰의 경우 제조사에서 제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긴급 통화 등이 원활히 작동한다"며 "제조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