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블루오벌SK, UAW 노조 인증 '백기 투항'…포드·SK온 합작법인, 설립 후 최대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블루오벌SK, UAW 노조 인증 '백기 투항'…포드·SK온 합작법인, 설립 후 최대 시험대

켄터키 배터리 공장, '눈알 굴리기' 등 8개 이의 제기 전격 철회
노동자들 단결 앞에 기업 전술적 후퇴…이제 '최초 단체 계약' 2차 투쟁 돌입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한-미 합작 배터리 생산 법인 블루오벌SK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노조 결성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이의 제기를 전격 철회했다고 피플스 월드(People’s World)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노조 결성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던 회사가 노동자들의 단결력 앞에 사실상 전면 항복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드 자동차와 한국의 SK온이 총 58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를 투자해 설립한 이 합작 법인은 지난 8월에 실시된 노조 선거에서 526대 515라는 근소한 차이로 UAW가 승리하자,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절차를 지연시켜왔다. 그러나 블루오블SK가 돌연 이의 제기를 모두 거두면서, 미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의 공식 인증 절차가 임박했으며, 이는 곧 블루오벌SK가 UAW를 공식적인 교섭 대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루오벌SK, 선거 이의 제기 모두 철회


블루오벌SK는 지난 8월 선거 이후 총 8건의 선거 행위 관련 이의를 NLRB에 제출했다. 그중에는 선거 관리 직원이 투표 예정자에게 "눈을 굴렸다(rolled their eyes)"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조 인증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전형적인 기업 측의 전술로 풀이된다.

하지만 블루오벌SK 내부의 노동자들은 이러한 회사의 지연 전술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고 노조의 투쟁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블루오벌SK 모듈 생산직원이자 UAW 조직위원회 위원인 데릭 도허티는 피플스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이번 결정은 노동자들이 보여준 연대와 용기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 설립 신고를 한 순간부터 회사의 끈질긴 지연, 반대, 괴롭힘 캠페인에 맞서 단결해 왔다"며, "이번 전진은 목소리와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할 용기를 낸 모든 노동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블루오벌SK가 법적 이의 제기를 철회한 것은 선의의 행동이 아닌 전략적 후퇴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수개월간의 계급 투쟁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경영진이 오직 우월한 힘에 직면했을 때만 물러선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회사는 더 이상의 법적 장애물 설치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격분시키고 노조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 판단, 전술적인 퇴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허티 위원은 "우리는 이 필요한 조치를 인정하지만, 우리의 경험은 이 회사를 법적 책략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수개월 동안 우리는 조직할 수 있는 우리의 근본적인 법적 권리에 대한 그들의 저항을 목격했다"며, "전술적 법적 철회를 진정한 마음의 변화로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노조, 비우호 지역서 승리


이번 UAW의 승리는 켄터키주와 같이 전통적으로 노조에 비우호적인(anti-union) '노동권법(right-to-work)' 환경에서 이뤄낸 힘겨운 성취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노조 선거는 수개월에 걸친 치열한 투쟁 끝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노조 와해 전문 컨설팅 회사인 LRI 컨설팅 서비스(LRI Consulting Services)의 도움을 받아 강제 청취 회의(captive-audience meetings), 노동자 심문, 노조 지지자들에 대한 불법 해고 등 악랄한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UAW는 이러한 회사의 공세에 맞서 안전, 고용 안정, 의료 보험 등 노동자들의 핵심 불만 사항에 집중하며 캠페인을 전개했다. 쿠리어 저널(Courier Journal)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오벌SK 공장 내에서 일련의 직장 내 부상, 화학 물질 노출, 그리고 부적절한 안전 프로토콜 등이 발견된 바 있으며, 이는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블루오벌SK의 이의 제기 철회로 NLRB는 이제 선거 결과 인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측이 "결과를 훼손하고 노동자 수를 늘리려는 불법적인 기업 전술"이라고 주장해온 이의 제기 투표(challenged ballots)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블루오벌SK의 법적 후퇴는 현재 진행 중인 UAW와 회사 간의 전투에서 새로운 중대 국면을 알린다. 이제 투쟁의 초점은 최초 단체 계약(first contract) 체결로 완전히 옮겨가고 있다.

도허티 위원은 "회사의 의도를 가늠할 진정한 시험이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초점은 이제 전적으로 강력하고 공정한 최초 단체 계약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이의 제기 철회에 이어 "즉각적이고 성실한 교섭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 노동자들은 명확하고 단호하게 목소리를 냈다"고 요구했다.

노동 운동의 역사는 자본가 계층이 종종 노골적인 대결에서 계약 협상 테이블에서의 장기간 지연이나 불성실한 교섭(bad-faith bargaining)과 같은 전술로 전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벅스 노동자 연합(Starbucks Workers United)이 최초 계약을 위해 수년간의 캠페인을 벌이고 현재 전국적인 부당 노동 행위(ULP) 파업을 진행 중인 상황을 들 수 있다. 블루오벌SK의 노동자들은 이러한 투쟁의 다음 단계에 대비하고 있다.

도허티 위원은 "우리가 쟁취한 계약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려는 어떠한 추가적인 시도도 우리를 이 순간으로 이끈 것과 같은 흔들림 없는 결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임무는 이번 승리를 모든 노동자의 물질적 조건을 향상시키고 앞으로 다가올 전투에 필요한 힘을 구축하는 강력한 계약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