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1조 4600억 원대 투자해 주권보다 나토 상호운용성 선택...잠수함·핵심광물 협력 포괄한 전략적 거래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마련된 1000억 유로(약 169조 5900억 원) 규모의 특별 방위 기금 차이텐벤데(Zeitenwende)를 집행하는 독일이 자국산 전투관리체계(CMS) 대신 록히드 마틴 캐나다(Lockheed Martin Canada)의 CMS 330을 자국 주력 수상함에 도입한다고 결정하면서 유럽 방산 생태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이 결정은 EU의 공동 방산 개발 노력보다 나토(NATO) 상호운용성과 배치 속도를 우선한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최소 12척의 수상함(F125 프리깃함, 차세대 F127 함정 등)에 이 캐나다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CMS(Combat Management System)는 군함의 ‘디지털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 소나 같은 각종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해, 미사일, 함포 같은 무기 체계와 전자전 장비 등을 운용하도록 지휘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나토 호환성 확보와 오픈 아키텍처의 승리
독일이 자국 시스템인 아틀라스 일렉트로닉(Atlas Elektronik)의 ANCS나 탈레스(Thales)의 TACTICOS 같은 유럽산 기술 대신 CMS 330을 선택한 배경에는 시간적 압박과 기술적 유연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1000억 유로 특별 기금 집행 마감 시한은 2028년 무렵으로, 신속한 국방력 현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국방장관은 지난 2025년 초 록히드 마틴 캐나다를 방문하며 CMS 330이 공중, 해상, 수중 임무에서 나토 동맹국 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방형, 서비스 중심의 아키텍처(Open, Service-Oriented Architecture)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프리깃함은 이미 탈레스의 센서, MBDA의 미사일, 헨솔트(Hensoldt)의 전자전 장비 등 다양한 유럽 제조사의 하드웨어로 구성돼 있는데, CMS 330은 이종(異種) 장비들을 하나의 시스템에 매우 낮은 마찰력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이지스 시스템처럼 특정 제조사의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자국 내 통합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는 핵심 동인이 됐다는 것이다.
잠수함·핵심광물 연계된 전략적 교환 구도
독일의 CMS 330 도입은 단순한 군수품 구매를 넘어선 전략적 상호 거래의 일부로 해석된다. 현재 독일은 캐나다가 참여하는 Type 212CD 잠수함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고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는 그 대가로 유럽 핵심광물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려 하며, CETA(포괄적 경제 무역 협정)를 통한 방산 수출 확대를 노리는 상황이다.
양국은 이미 2025년 8월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CMS 330 계약은 캐나다 상업 공사(CCC)를 통한 정부 대 정부 채널로 진행돼 이러한 방산-광물-기술 교환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잠수함, 해군 시스템, 리튬 공급망이 함께 움직이는 광범위한 산업 구조 조정의 한 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U 방산 통합 속도에 대한 경종
이번 독일의 결정은 유럽 방위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느린 속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지목된다. EU 차원의 유럽방위기금(EU Defence Fund)을 통해 범유럽 전투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의 복잡한 요구 사항을 조정해야 하며, 이는 수십 년이 걸리는 난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 취역할 함정에 당장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했고,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주권(Sovereignty)보다는 속도(Speed)를 택했다.
투자 관점에서는 이번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의 계약 자체가 록히드 마틴 전체 매출(연 710억 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1%대에 그쳐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록히드 마틴의 로터리 및 임무 시스템(RMS) 부문에 유럽 내 고위험 참고 사례를 안겨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RMS 부문은 고정 가격 레이더 계약으로 마진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번 독일 해군의 플래그십 채택은 덴마크, 노르웨이, 폴란드 등 나토에 속하면서도 이지스급 비용을 원치 않는 나라들의 문을 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계약 기간 동안 연평균 7500만 달러(약 109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장기적인 파급 효과다. 독일이 ‘해군 2035+ 디지털화’ 계획에 따라 CMS 330을 무인 시스템 통합의 허브로 지정할 경우, 2035년까지 3억~6억 유로(약 5080억~1조 원) 유로 규모의 추가 작업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캐나다가 Type 212CD 잠수함에 참여하며 이 시스템을 공동 CMS로 요구한다면, 독일은 수십 년간 록히드 마틴의 시스템 아키텍처에 고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시장은 12척의 함정 계약이라는 기본 상황만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독일의 시스템 확장과 주변국 확산이라는 추가 성장 잠재력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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