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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음악 전자전'으로 킨잘 19발 격추…글로벌 방산, 실전 검증 무기로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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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음악 전자전'으로 킨잘 19발 격추…글로벌 방산, 실전 검증 무기로 재편 가속

전자전 기술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무력화…사브·폴란드, 실전 데이터 기반 차세대 무기 개발
독일, 트로피 방어체계 탑재 레오파르트 2A8 공개…NATO 디지털 전투체계 통합 박차
우크라이나군이 독창적인 전자전(EW) 기술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을 2주 만에 19발이나 격추하는 전과를 올리면서, 첨단 스펙보다 전장에서 입증된 '실전 데이터'가 무기 체계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군이 독창적인 전자전(EW) 기술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을 2주 만에 19발이나 격추하는 전과를 올리면서, 첨단 스펙보다 전장에서 입증된 '실전 데이터'가 무기 체계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군이 독창적인 전자전(EW) 기술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2주 만에 19발이나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첨단 스펙보다 전장에서 입증된 '실전 데이터'가 무기 체계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은 '검증된(Combat Proven)' 무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난 21(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전투부대가 위성항법신호 교란 기술로 러시아 킨잘 미사일을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국방 전문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 디펜스포스트 등도 유럽 방산업체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된 무기체계 도입과 차세대 전투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방산 지출은 26887억 달러(3957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425631억 달러(3772조 원) 대비 4.9% 증가한 규모다. 특히 유럽이 지난 30년간 최대 규모 국방비 증액을 단행하면서 독일은 올해 국방예산 1100억 달러(161조 원)로 러시아(1900억 달러·279조 원)에 이어 세계 4위 국방 지출국에 올랐다.

"마하 10 미사일, 좌표 속여 공중 분해"… 비대칭 전자전의 승리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수전투부대 '니치나 바르타(Nichna varta·야간경비대)'는 러시아 위성항법시스템 GLONASS 신호를 교란해 킨잘 미사일을 격추했다. 이 부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노래 '우리 아버지 반데라(Our father Bandera)'를 위성신호에 덮어씌워 미사일의 항법 체계를 무력화했다.

킨잘(Kh-47M2)은 러시아가 미그-31K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공중발사 탄도미사일로, 마하 10(시속 12000km) 이상 속도로 최대 2000km 거리를 타격할 수 있다. 480kg 폭발물을 탑재한 킨잘 1발 가격은 수백만 달러(수십 억 원)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LIMA' 전자전 체계로 러시아 위성신호를 대체하면서 미사일이 페루 리마 상공을 비행 중이라는 허위 신호를 보냈다. 시속 6400km로 비행하던 미사일이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려다 공중 분해됐다. 러시아가 수신기를 추가 장착해 대응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글로벌 무기 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4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러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11%2위를 기록했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킨잘 미사일을 지속 투입했지만 2023~2024년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여러 차례 요격에 성공하면서 '무적' 신화가 깨졌다고 분석했다.

'방산 슈퍼사이클'… 유럽, 실전 데이터로 무장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는 21일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글로벌아이(GlobalEye) 조기경보통제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카엘 요한슨 사브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카타르와 사우디에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양국이 이미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문한 조기경보통제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브는 올해 초 프랑스로부터도 글로벌아이 주문을 받았으며, 캐나다 봄바디에와 협력해 캐나다에도 이 항공기를 제안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지난주 NATO 동맹국들과 함께 보잉 E-7 웨지테일 6대 구매 계획을 철회하고 대체 기종을 평가 중이라고 발표했다. 요한슨 CEO"네덜란드가 다른 성능을 검토 중이며 우리는 당연히 글로벌아이를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한슨 CEO는 사브가 그리펜 전투기를 캐나다에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과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 생산라인이 된다. 그는 "최근 36억 달러(529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콜롬비아로 수출하는 그리펜 전투기는 스웨덴과 브라질 생산라인에서 모두 생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베르크와 협력해 우크라이나산 '시울프(Seawolf)' 무인수상정(USV) 생산에 착수한다고 디펜스24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콩스베르크는 폴란드에 MCT-30 원격무기체계와 대무인기 시스템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우크라이나 노르덱스사가 개발한 시울프 생산라인을 설치한다. 초기 투자액은 6300만 달러(927억 원)이지만 사업 확대 시 최대 25000만 달러(368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시울프는 선체 길이 7.5m, 디젤엔진 270마력으로 항속거리 1600km 이상을 확보했다. 최대 1650kg 탑재량 가운데 전투용 탑재량은 450kg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해상전 경험을 바탕으로 감시, 전자전, 보급,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을 개발했다.

독일, 레오파르트 2A8·디지털 훈련센터로 NATO 상호운용성 강화


독일 크라우스마파이베그만과 넥스터는 21일 노르웨이 국방부를 위해 개발한 레오파르트 2A8 주력전차를 공개했다고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이 보도했다. 레오파르트 2A8은 기존 2A6 대비 이스라엘 트로피 능동방어체계, 20킬로와트(kW) 보조동력장치, 개량형 사격통제장치를 탑재했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지난여름 독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감소한 레오파르트 2A6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수백 대 규모 레오파르트 2A8 구매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란셋 배회탄이 우크라이나군 전차 500여 대와 미국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르트 2, 영국 챌린저 2 등 서방제 장갑차량 60대 이상을 파괴하면서 서방 전차의 생존성 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라인메탈과 7040만 달러(1036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육군전투훈련센터 디지털화 사업에 착수했다고 디펜스포스트가 같은 날 보도했다. '지상작전 디지털화(D-LBO)' 프로젝트는 2025년 시작해 2028년 초 완전 통합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5G 광대역망, 디지털 무전기 체계, 전투관리시스템 통합으로 NATO 회원국 간 합동훈련 상호운용성을 강화한다. 라인메탈은 자회사 블랙네드의 '택티컬코어' 소프트웨어를 통신체계에 통합하고, 독일 연방군의 '시트어웨어 프런트라인' 'HQ' 시스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월 보병 디지털화를 위해 라인메탈과 최대 32억 달러(47100억 원) 규모 병사체계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모닝스타 리서치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안보 위협 증가로 새로운 방산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면서 "유럽이 새 방산 슈퍼사이클을 주도하고 있으며, 독일이 증액분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K-방산, '검증된 성능'으로 세계 4위 정조준


글로벌 방산 트렌드가 '최고 성능'에서 '실전 효용성'으로 이동하는 것은 한국 방산 기업들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한국은 2020~2024년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2.2%(10)를 기록했으며, 자주포와 전차 분야에서는 이미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 5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1% 급증한 23400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점유율 5%를 달성해 세계 4위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은 스펙보다 실전 데이터와 가성비, 그리고 납기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K-방산이 킨잘 요격 사례와 같은 최신 전자전 트렌드를 반영하고, 유무인 복합체계(MUM-T) 기술을 선제적으로 접목한다면 '방산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