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SSCC서 초미세 공정 압도…'기술 장벽' 재확인
美 제재 갇힌 中, 구형 공정서 '가성비 혁신'…美 IDM은 실종
美 제재 갇힌 中, 구형 공정서 '가성비 혁신'…美 IDM은 실종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2나노미터(nm) 이하의 초미세 공정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 밖으로 밀려나 있던 0.18마이크로미터(㎛) 공정 기술이 예상 밖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형 기술의 회귀가 아니다. 첨단 공정의 살인적인 진입 비용과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맞물려, 반도체 설계(IC Design) 연구의 트렌드를 양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 설계 분야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을 앞두고 공개된 논문 경향성은 이 같은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만의 TSMC와 미디어텍이 3나노 등 최첨단 노드에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학계에서는 성숙 공정(Mature Process)인 0.18마이크로와 28나노 공정이 혁신의 새로운 '스위트 스팟(Sweet Spot)'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돈 있어도 못 넘는 '3나노 장벽'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은 이제 소수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 되었다. 3나노, 2나노 공정을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와 각종 소재, 유지보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들은 "장비 구매를 위한 막대한 자금력은 기본 전제일 뿐, 그것이 최종적인 칩의 수율(Yield)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각 기업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공정 최적화 노하우 없이는 장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냉정한 현실이 첨단 공정의 진입 장벽을 철옹성처럼 높이고 있다.
TSMC·미디어텍, '초격차' 입증
레거시 공정의 부상 속에서도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고체회로학회(SSCS) 타이베이 챕터에 따르면, 이번 ISSCC 2026에 채택된 대만발 논문은 총 11편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2330.TW)와 팹리스 강자 미디어텍(2454.TW)은 각각 2편의 핵심 논문을 통해 기술 격차를 과시했다.
TSMC는 이번 학회에서 3나노 공정을 활용한 고속 회로 설계 기술을 공개하며 패키징 기술의 진보를 알렸다. 이는 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UCIe)와 유사한 개념으로, 칩 간 신호 전송 대역폭을 25% 끌어올리면서도 전력 소비량은 40%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TSMC는 16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스핀주입 자성메모리(STT-MRAM) 기술도 선보였다. 차량 엔진룸 주변과 같은 섭씨 150도의 고온에서도 20년 동안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솔루션으로 꼽힌다.
미디어텍 역시 3나노 기반의 마이크로 AI 가속기 'MADiC'을 발표하며 온디바이스 AI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인터넷 연결 없이 엣지 디바이스 자체에서 고성능 이미지 생성 AI를 구동하는 이 기술은 모바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제재가 낳은 역설…中 '0.18의 반란'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대중 제재가 낳은 역설로 해석한다. 첨단 장비 반입이 막힌 중국 연구진에게 성숙 공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동시에 0.18마이크로 공정의 저렴한 비용은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실패 부담 없이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결국 미국의 제재가 중국으로 하여금 성숙 공정 내에서의 '마른 수건 짜기'식 기술 고도화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자취 감춘 美 반도체 거인들
이번 ISSCC 2026에서 감지된 가장 불안한 징후는 미국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의 침묵이다. 2024년, 2025년만 해도 첨단 노드 연구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미국 IDM 거인들이 2026년 채택 논문 리스트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이는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R&D 전략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TSMC와 미디어텍이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고, 중국이 성숙 공정의 저변을 확대하며 치고 올라오는 사이,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의 전통 강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초격차'와 '적정 기술'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며 생존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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