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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TSMC에 매출 1000배 열세…"제조 포기"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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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TSMC에 매출 1000배 열세…"제조 포기" 배수진

내년 외부 수주 1.2억 달러…사실상 점유율 '0'
CEO "고객 없으면 사업 철수"…2027년 존폐 기로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반도체 제국'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재건 꿈이 '1000배 격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만 TSMC 추격은커녕 시장 내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상황이다. 2025년 외부 매출 전망치가 TSMC의 0.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경영진은 "제조 사업 포기"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쳤다.

에테크닉스가 26일(현지 시각) 인용한 반도체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최신 보고서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고서가 추산한 인텔의 2025년 외부 수주 매출은 약 1억 2000만 달러(약 1680억 원)에 불과하다.

숫자보다 뼈아픈 것은 격차다. 이는 파운드리 1위 TSMC가 같은 기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0.1%다. 인텔 내부 물량을 제외한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은 사실상 '없는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수십 조 원을 쏟아부으며 '타도 TSMC'를 외쳤지만, 냉혹한 시장은 인텔의 기술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음이 수치로 증명됐다.

빅테크 관심은 '허수'…실적 연결 '난망'


인텔은 18A(1.8나노급)와 14A(1.4나노급) 등 차세대 미세 공정을 반전의 카드로 쥐고 있다. 회사 측은 이 공정이 기술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테슬라,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텔 파운드리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검토' 단계일 뿐, 대규모 양산 계약이라는 '실적'이 아니다. 1억 2000만 달러라는 빈약한 매출 전망치는 빅테크들의 관심이 실제 지갑을 여는 단계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7년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겠다는 인텔의 재무 목표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다.

CEO 최후통첩 "수주 못하면 공장 닫는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인텔 경영진도 '플랜 B'를 시사했다. 립 부탄 인텔 CEO는 최근 "새로운 공정에서 확실한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제조 레이스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단순한 위기론이 아닌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이는 인텔이 지켜온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지위를 포기하고 팹리스(설계 전문)로 전락하거나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18A 공정의 성공 여부가 단순한 실적 반등을 넘어, 인텔이라는 기업의 정체성과 생존을 결정짓는 마지막 '생명줄'이 된 셈이다. 1000배라는 절망적인 격차 앞에서 인텔은 지금 창사 이래 가장 위태로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