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재계, 관세 폭탄 피하려 백악관서 '선물 공세'…2주 만에 관세 39%→15% 급락
의원들 "명백한 외국 공무원 뇌물죄" 檢 수사 촉구…경제 실리 뒤에 숨은 '부당 거래' 의혹
의원들 "명백한 외국 공무원 뇌물죄" 檢 수사 촉구…경제 실리 뒤에 숨은 '부당 거래' 의혹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격 인하하기 직전, 스위스 재계 유력 인사들로부터 고가의 롤렉스 시계와 금괴를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스위스 정치권은 이것이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선 '대가성 뇌물'이라며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징벌적 관세로 질식 위기에 처했던 스위스 경제를 구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들이 백악관 심장부인 오벌오피스(Oval Office)에서 벌인 로비의 적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11월 26일(현지 시각) 자 서한에 따르면, 그레타 지신(Greta Gysin)과 라파엘 마하임(Raphael Mahaim) 등 스위스 연방의회 의원들은 스위스 연방검찰청(OAG)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안을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제공(bribery of foreign officials)' 혐의로 규정하고 수사 착수를 요구했다.
2억 2천만 원짜리 '선물'과 관세 인하의 수상한 시점
논란의 핵심은 선물의 가치와 그것이 건네진 시점의 절묘함이다. 의원들이 업계 추정치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선물은 시가 10만 스위스프랑(약 12만 4000달러)에 달하는 금괴와 최대 2만 5000스위스프랑(약 3100달러) 상당의 롤렉스 탁상시계다. 합산 가치만 최소 12만 5000스위스프랑(약 2억 2800만 원)에 이른다.
미국은 이 관세 인하의 반대급부로 향후 5년간 스위스 기업들로부터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결과적으로 스위스 재계는 2억 원대의 현물을 건네고, 2000억 달러의 투자 보따리를 푸는 대신, 자국 수출 기업의 숨통을 죄던 고율 관세를 걷어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건네진 '금괴와 시계'가 윤활유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결정적인 '뇌물'이었는지가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추락…절박했던 스위스 재계
스위스 기업인들이 이토록 과감한 '선물 외교'에 나선 배경에는 절박한 경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월 1일 트럼프 행정부가 스위스에 39%의 관세 폭탄을 투하한 이후,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스위스 경제는 즉각적인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스위스 경제는 관세 부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contraction)을 기록하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스위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워싱턴 DC를 오가며 수주 간 치열한 '셔틀 외교'를 펼쳤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자, 결국 민간 재계가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스위스 의원들은 서한에서 "무역 협상의 난관을 뚫기(unblock)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을 제공한 행위의 합법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檢 "검토 중" vs 재계 "정부와 공유된 민관 합작"
백악관은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면, 당사자인 스위스 기업인들은 성명을 통해 방어막을 쳤다. 그들은 이번 백악관 방문이 "민간 차원의 이니셔티브"였다고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논의 내용은 스위스 정부와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의 모든 활동은 민간과 공공 부문의 '스위스적 단합(Swiss unity)' 정신 아래 이루어졌다"며 독자적인 로비가 아닌 정부와의 교감 하에 진행된 국익을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스위스 정부는 이들의 방미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준비 과정에서도 당국과 긴밀한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가 민간의 로비를 묵인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미·스위스 양국은 내년 1분기 타결을 목표로 포괄적 무역 협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롤렉스와 금괴'로 촉발된 뇌물 스캔들이 정식 수사로 비화할 경우, 양국 간 무역 협상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0만 프랑짜리 금괴가 200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낸 '신의 한 수'였는지, 아니면 국제법을 위반한 '검은 거래'였는지 스위스 검찰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