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 트럼프 관세에 'AI 활용 관세 회피' 총력…연 2000억달러 세수에 제품 재설계 급증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 트럼프 관세에 'AI 활용 관세 회피' 총력…연 2000억달러 세수에 제품 재설계 급증

샌들 설계 바꿔 관세율 26→20%로 절감…AI로 과다 납부한 관세 130만 달러 되찾아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정책으로 수입품 관세 부담이 급증하자 통관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입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수백만 달러 절감해주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정책으로 수입품 관세 부담이 급증하자 통관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입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수백만 달러 절감해주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정책으로 수입품 관세 부담이 급증하자 미국 기업들이 제품 재설계를 통해 관세를 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현지시각) 통관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입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수백만 달러 절감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0억 달러 관세 징수…통관업계 호황


미국 정부는 올해 관세로 약 2000억 달러(293조 원) 를 징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과 비교해 6배 증가한 규모다. 관세 부담이 급증하자 뉴욕 통관업체 알바 휠스업의 살바토레 스타일 대표는 "31년 통관업 경력에 이런 환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스타일 대표가 운영하는 알바 휠스업은 올해 5억 달러(73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베라 왕 같은 의류업체와 보티첼리 같은 식품업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이 회사는 특히 대형 수입업체처럼 탄탄한 백오피스를 갖추지 못한 중소 수입업체들을 전문으로 한다.

샌들 디자인 변경으로 관세율 6%포인트 절감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설계를 바꾸는 '관세 공학'이 확산하고 있다. 신발 및 의류 공급업체 올리는 알바 휠스업의 '스마트 스펙' 서비스를 이용해 여성용 샌들 디자인을 변경했다. 끈을 밑창에 직접 박는 대신 간단한 기둥 방식으로 부착하는 식이다.

이런 작은 변경만으로 제품 분류가 바뀌어 관세율이 26%에서 20%6%포인트 낮아졌다. 올리의 루비 안테비 전략개발 책임자는 "이전 통관업체가 잘못된 관세 코드를 적용해 60만 달러 (88000만 원) 이상을 과다 납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케처스, 나인 웨스트, 에어로포스탈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올리는 현재 인기 가정용품과 의류 수백 개 품목에 대해 유사한 설계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AI가 잘못 부과한 관세 130만 달러 환급 성공


알바 휠스업은 AI를 활용해 수입업체의 과거 선적 목록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잘못 분류된 항목을 찾아낸다. 한 의류 수입업체의 1만 개 이상 품목을 검토한 결과 패션 액세서리를 관세율이 더 높은 개인용품으로 잘못 분류한 사례를 여러 건 발견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 이의를 제기해 이 수입업체는 130만 달러(19억 원)를 환급받았다.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정부는 관세를 과다 납부한 수입업체들에게 거의 70억 달러(10조 원)를 환급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관세 정책 변경 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재취임 이후 거의 모든 교역 상대국과 여러 산업 부문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철회했다. 지난 1월 이후 발표한 관세 관련 행정명령과 선언만 약 30건에 이른다.

지난 4월에는 중국산 제품 관세를 145%로 올렸다가 5주도 안 돼 대폭 낮췄다.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 제품도 관세 대상이 됐다. 지난달에는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관세 비판 발언이 담긴 광고를 내보내자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조치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혐의로 기소되자 브라질 제품에 50% 관세를 매겼다. 이달에는 인플레이션 완화 차원에서 브라질과 여러 중남미 국가의 일부 농산물 관세를 낮췄다.

스타일 대표의 한 고객은 중국 주문을 인도의 새 공급업체로 막 전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발표했다. 수백만 달러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 고객은 인도산 제품을 미국 보세창고로 보냈다. 관세가 낮아질 때까지 보관하면서 통관을 미루되 창고 비용은 부담하는 방식이다.

금속 소량 포함 제품도 관세 대상…혼란 극심


트럼프 대통령의 확대된 산업용 금속 관세에는 소량의 철이나 알루미늄을 포함한 '파생' 제품 목록이 길게 포함돼 있다. 부품 금속이 어디서 제련됐는지 판단해야 하는 등 복잡한 국가별·제품별 관세가 뒤섞이면서 업계의 공식 해석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에만 관세국경보호청은 수입업체 문의에 대한 공식 판정을 100건 가까이 발표했다. 한 캘리포니아 업체는 이전에 무관세로 수입하던 '바이킹 빅슨' 성인용 할로윈 의상이 중국산 제품 관세 대상인지 물었다. 관세국경보호청은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제조업체는 콜스 매장에서 팔릴 욕실용품 15종 세트의 원산지를 중국으로 해야 할지 캄보디아로 해야 할지 문의했다. 샤워 커튼과 라이너, 고리, 욕실 러그 등 개별 품목마다 별도의 원산지와 관세율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알바 휠스업 뉴욕 지사의 케빈 솔라 지사장은 "큰 문제는 끊임없는 변화"라며 "걱정스러운 수입업체들의 일일 문의가 지난해보다 5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스타일 대표는 "관세 문제가 커지면서 평소 거래하던 공급망 담당자 대신 최고경영자와 사장들이 직접 연락해온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로 또 다른 대혼란 우려


관세 복잡성은 더 악화할 수 있다. 대법원은 오는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부분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사용한 비상권한 사용을 무효화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행정부는 다른 법적 권한을 사용해 새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통관 서류를 여러 차례 바꿔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솔라 지사장은 "그들이 무엇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수입업체와 통관업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 모든 작업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대미 수출 4.9% 감소 전망


한국경제인협회이 지난 26일에 발표한 '자금사정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수출 대기업들은 여전히 고환율과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을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꼽고 있다.

응답 기업의 68.5%가 고환율과 관세 인상 등 통상 불확실성을 자금 사정에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조사 대상 수출 기업 중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호전되었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7월 별도 조사에서는 기업 10곳 중 9(92.0%)이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를 넘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답해, 관세율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 기업들이 관세 비용 약 3분의 2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한국 자동차 업체는 필수 부품에 대한 예외 조치와 현지 생산분에 대한 혜택 유지로 최악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기류가 유지되면서 실질적 타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이 가격 전가로 충격을 흡수했듯 한국 기업들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해 관세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다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개별 기업 차원 로비와 공급망 다변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