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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백악관 인근 총격사건 한 건에 ‘美 전역 이민자’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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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백악관 인근 총격사건 한 건에 ‘美 전역 이민자’ 흔들리나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 이후 합법 체류자까지 재심사…망명·영주권 전면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모든 ‘제3세계 국가’ 출신 이민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미국 내 체류 중인 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 추방 조치를 예고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총격 사건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이유로 발표된 것으로, 이민자 커뮤니티와 인권단체들은 사실상 ‘집단 낙인’이자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 국적자의 비자 발급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 내 모든 망명 신청 결정도 전면 중단했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단일 사건이 촉발한 초강경 조치

문제의 사건은 지난 26일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이다. 미 주방위군 소속 사라 벡스트롬(20)이 숨지고, 또 다른 대원 앤드루 울프(24)는 중태에 빠졌다.

용의자로 체포된 라흐마눌라 라칸왈(29)은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동맹 환영 작전(Operation Allies Welcome)’을 통해 입국한 아프간 출신 난민으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협력관계에 있는 특수부대 ‘제로유닛’ 출신이며 올해 4월 트럼프 정부 하에서 망명 지위를 부여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이든 정부가 수백만 명의 비검증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사건과 관계없이 ‘제3세계 국가’ 전반에 대한 이민 차단을 지시했다.

◇ ‘망명 전면 중단·그린카드 재검토·비자 발급 중지’…정책 후폭풍


조셉 에들로 미 이민서비스국(USCIS) 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망명 신청 결정을 중단하고 모든 외국인에 대해 최대한 철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 국무부는 아프간 여권을 소지한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즉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USCIS는 19개 ‘우려국가’ 출신 그린카드 보유자의 신분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는 아프간,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소말리아, 아이티 등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여행제한 대상에 올렸던 국가들이 대부분 포함된 조치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연방 세금 혜택을 차단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문명과 양립 불가능하거나 국내 안정을 해치는 귀화자는 시민권도 박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CIA가 검증 완료한 인물…전체 공동체에 낙인” 반발 확산


WP에 따르면 라칸왈은 입국 당시 미국 정보당국의 대테러 심사를 거쳤으며 CIA가 지원하는 특수작전부대 소속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가족까지도 추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프간 난민단체 아프간이백의 숀 밴다이버 대표는 “이번 조치는 특별이민비자(SIV) 프로그램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시도이며 연방법과 기존 법원 판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전시 동맹을 저버리는 미국의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 법적·제도적 모순 노출…‘정치적 쇼잉’ 비판도


미국 내 이민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실효성과 법적 정당성 측면 모두에서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주의 성향의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망명 신청 심사를 중단하는 건 오히려 대규모 추방 정책과도 배치된다”며 “수백만 명이 합법적 지위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면 행정 시스템만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장기적으로는 “망명 신청자 대부분을 일괄 기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어떤 경로로도 미국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들겠다’는 포괄적 목표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 “정치적 계산인가, 국가안보인가”…국제사회도 강력 비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엔 난민기구는 이번 조치에 대해 “망명 신청자는 국제법상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출신 국가나 배경을 이유로 정당한 절차 없이 입국을 막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인권단체와 법률단체들은 이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며, 이번 조치가 “선거를 앞둔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