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뒤 국산화’보다 ‘즉시 전력화’ 무게… 웰랜드 운하 확장이 ‘나토 분담금’ 대안으로
미 해군 MRO 위기, 캐나다 운하 확장으로 뚫나… 오대호 조선소 활용론 대두
미 해군 MRO 위기, 캐나다 운하 확장으로 뚫나… 오대호 조선소 활용론 대두
이미지 확대보기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국방력 재건을 위해 818억 달러(약 85조9500억 원)라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예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이 한국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특히 캐나다 정가와 군 내부에서는 산업 자립보다 ‘속도’를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한국산 잠수함 채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와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NSJ)은 1일(현지 시각) 캐나다의 국방전략 수정과 잠수함 도입 사업 그리고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심층 보도했다.
“35년 기다릴 수 없다”…‘메이드 인 코리아’에 쏠리는 눈
이번 캐나다 국방 논쟁의 핵심은 ‘시간’이다. 캐나다 해군은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총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맥긴티 캐나다 하원 국가안보정보위원회 위원장은 CBC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 건조 시설을 모두 둘러봤다”고 밝히면서 “잠수함 제조 시설을 새로 짓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맥긴티 위원장은 이어 “캐나다는 35년 뒤가 아니라 단기간 내에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캐나다 내에서 조선소를 짓고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생산하자는 ‘국산화론’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산업 기반을 닦는 데 수십 년을 허비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생산 라인을 갖춘 한국 등에서 직도입해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 부제독 역시 “잠수함 산업을 유지하려면 일관된 생산 라인이 필수적”이라며 “일본의 경우 생산 라인 유지를 위해 22척을 순환 운용하지만, 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해군의 규모로는 독자적인 생산 라인을 유지하는 게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캐나다가 한국의 방위산업 성장 과정을 주권 모델의 참고 사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CBC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80만 대의 군용 차량과 40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했던 캐나다의 ‘잊힌 저력’을 상기시키며 한국의 사례가 캐나다 국방 주권 회복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DP 2% 달성 불가능…대안은 ‘운하 확장’
NSJ는 이날 보도에서 “캐나다가 전투기나 쇄빙선을 더 사는 대신 ‘웰랜드 운하(Welland Canal)’를 확장해 미 해군을 구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구상의 핵심은 오대호와 대서양을 잇는 웰랜드 운하의 수심을 깊게 하고 교량 높이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 해군의 주력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 공격 잠수함이 위스콘신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오대호 연안의 미국 조선소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해군 정비 적체 해소가 곧 안보 기여
현재 미 해군도 심각한 유지·보수·정비(MRO) 적체 위기를 겪고 있다. 기존 대서양·태평양 연안 조선소만으로는 함정 수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운하가 확장되면 미 해군 전력의 90% 이상이 오대호 내의 유휴 조선소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NSJ는 “이 프로젝트에는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겠지만, 캐나다가 대서양 방어를 위해 탄약이나 함정을 사는 것보다 한미동맹과 NATO 방위에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는 부족한 방위비 분담금을 ‘전략적 인프라 제공’으로 상쇄하고, 미국과의 무역·안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쇼핑 리스트’ 넘어선 전략적 결단 임박
웨슬리 워크 국가안보 전문가는 “그동안 캐나다 국방정책은 육·해·공군의 ‘쇼핑 리스트’를 채우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극권 위협 등 변화한 안보 환경은 캐나다에 냉전 이후의 안일함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국방투자청(Defense Investment Agency)의 출범은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단순히 무기를 사오는 것을 넘어 어떤 장비가 국가 주권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며 경제적으로 효율적인지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5년이 걸리는 ‘메이드 인 캐나다’ 대신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메이드 인 코리아’ 잠수함을 선택하고, 국방비 증액의 한계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운하 확장으로 돌파하려는 캐나다의 움직임은 한국 방산 기업과 건설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