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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호이의 변신과 한국의 독자 핵무장: 비핵·재래식 억지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대전략을 요구하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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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호이의 변신과 한국의 독자 핵무장: 비핵·재래식 억지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대전략을 요구하는 신호탄

낡은 공격기를 핵·정밀 타격 플랫폼으로 재창조한 북한,
지상과 해상과 잠수함에 이어 공중 발사 축까지 더하며
한국에게 독자 핵억지 체계 구축이라는 불가피한 질문을 던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25년 9월19일 미공개 장소에서 북한의 샛별-4 드론이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25년 9월19일 미공개 장소에서 북한의 샛별-4 드론이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마비행장에 나타난 낡은 공격기의 위험한 변신


브뤼셀에 기반을 두고 한국의 방산 제품을 자주 보도해 온 방위 산업 전문 매체인 아미 레커그니션(Army Recognition)이 지난 12월1일 보도에서 주목한 갈마비행장 활주로에 늘어선 북한의 수호이 공격기는 더 이상 낡은 근접 지원용 전투기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저공으로 파고들어 비유도 로켓과 무유도 폭탄을 떨어뜨리고, 기총을 쏘는 데 쓰이던 기체 아래에 전혀 다른 무장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날개 안쪽에는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장거리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과 비슷한 형태의 무기가 매달려 있다. 동체에서 길게 뻗은 미사일은 지형을 따라 낮게 날아가 멀리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임을 암시한다. 그 바깥쪽에는 작은 정밀 활공탄 여러 발이 다발로 묶여 있다. 이들은 전차나 방공 레이더, 탄약고와 같은 표적을 하나하나 골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재래식 무기일 가능성이 크다. 날개 끝에는 적 항공기를 겨냥하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까지 더해져 있다.

한때 개전 초반에 소모될 소형 공격기로만 여겨졌던 이 기체가 이제 수백 킬로미터 밖의 목표를 노리는 장거리 정밀 타격 플랫폼으로 변신한 셈이다. 김정은이 공군 창건 기념식에서 공군을 핵전쟁 억지력 행사의 중심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말은 이제 사진과 영상 속 무장 구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북한의 가난한 스텔스 전략과 다축 공격 구조


북한 공군의 열세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신 은밀 전투기, 공중 조기 경보 자산, 정교한 전자전 능력, 광범위한 네트워크 기반 작전 지휘 능력에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 격차를 정면에서 따라잡는 것은 북한의 경제력과 과학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이 선택한 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기체의 세대를 끌어올리는 대신, 그 아래에 매다는 무기와 비행 궤적을 바꾸는 것이다. 날아가는 플랫폼은 낡았지만, 그 플랫폼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항미사일과 활공탄, 복합 유도탄을 현대화해 방공망의 틈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이를 가난한 스텔스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전략에는 몇 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먼저 최신 전투기 몇 대를 들여오는 비용보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만드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경제력이 제한된 북한 입장에서는 플랫폼보다는 탄두와 유도 장치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다.

또한 이 전략은 한국과 미국의 방공망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이미 한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각종 무인기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여기에 공중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과 소형 활공탄이 추가되면, 방공 체계는 서로 다른 고도와 속도, 방향으로 날아오는 비행체를 한꺼번에 탐지하고 요격해야 한다. 방어 측이 감당해야 할 계산량과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전략은 생존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겨냥한다. 수호이 공격기와 같은 노후 기체를 여러 후방 기지에 분산 배치해 두었다가, 위기 시에 기습적으로 전개하면 한국이 설계해 온 지상 이동식 발사대 중심의 선제 타격 개념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북한은 자국 주민과 외부 세계를 향해 우리 공군도 서방에 뒤지지 않는 정밀 무장을 갖추었다는 과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타우러스를 닮은 순항미사일이 전하는 상징과 모호성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은 외형부터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유럽의 대표적인 정밀 순항미사일을 연상시키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굳이 그 형상을 흉내 낸 데에는 상징적 이유가 있다.

한국은 그동안 장거리 공중 발사 미사일을 통해 평양과 북한 지휘부, 지하 지휘소에 대한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춰 왔다. 이제 북한은 비슷한 형상의 순항미사일을 수호이 공격기에 달고 등장함으로써 서울과 주요 공군 기지, 기간 산업 시설을 공중 발사 무기로 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한국의 선제 타격 개념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정치 군사적 신호다.

이 미사일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바로 핵과 재래식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모호성을 확대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지상 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전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같은 계열의 기술 기반 위에서 개발된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역시 이론적으로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위기 관리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공중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이 실제로는 재래식 탄두를 싣고 있더라도, 그 순간 한국과 미국은 그것이 핵탄두일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떤 발사를 단순한 재래식 공격으로 볼 것인지, 어느 시점부터 핵 공격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이 모호성은 위기 시 오판 위험을 키우지만, 평시에는 북한이 자신들의 억지력을 과장해 보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한국형 삼축 체계가 맞닥뜨린 구조적 한계


지금까지 한국의 이른바 삼축 체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주로 탄도미사일 중심으로 상정해 만들어졌다.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이동식 발사대와 지하 사일로를 타격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은 다층 방어망으로 막은 뒤, 최종적으로 북한 지휘부와 핵심 시설을 향해 대량 응징 타격을 가하는 구조다.

그러나 북한이 지상과 해상, 잠수함에 이어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까지 더한 지금, 이 체계는 중요한 보완을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무기 체계만을 겨냥하는 킬체인에서 벗어나 어떤 무기를 싣고 있든 공격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추적하고 억제하는, 보다 넓은 개념의 킬체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수호이 공격기와 미그 전투기는 물론이고 북한의 각종 수상함과 잠수함, 장거리 방사포,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등 모든 공격 수단을 가능한 한 평시부터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발사 이전 단계에서 제거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공격 수단만이 아니라 공격 수단을 싣고 다니는 플랫폼 자체를 킬체인의 표적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보완책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모순이 있다. 상대는 이미 핵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그 생산 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비핵 상태에서 재래식 삼축 체계와 동맹의 확장 억제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축 체계 논의는 근본적인 전략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비핵 재래식 보완책에 기대는 착시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래식 미사일 전력과 방공망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삼축 체계를 보완하면 핵무기 없이도 억지와 방어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동맹의 확장 억제 공약과 첨단 재래식 전력 조합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수량을 늘리고,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소형 활공탄 같은 재래식 정밀 타격 수단을 지상과 해상, 잠수함, 공중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비핵국이 아무리 재래식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방공망을 촘촘히 한다고 해도, 핵을 가진 상대와의 근본적인 비대칭은 사라지지 않는다. 상대는 재래식 전투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언제든 핵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고, 비핵국은 그때마다 동맹의 결심과 외부 강대국의 정치적 의지에 기대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수호이 공격기 개조와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탑재를 또 하나의 군사적 변수 정도로만 다루면서, 이를 재래식 삼축 체계 안에서만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현실을 흐리는 착시에 가깝다. 핵무기를 가진 상대가 핵과 재래식을 동시에 증강하는 구조 속에서, 오직 비핵과 재래식 보완책만으로 완전한 억지와 방어를 달성했다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자체 핵무장이라는 대전략을 다시 묻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어떻게 비핵 상태로 버틸 것인가가 아니다. 이제는 어떤 형태의 핵 억지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북한,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행위자들은 모두 핵무기 또는 그에 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비핵 상태를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에 가깝다. 이 구조에서 한국은 언제나 외부 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전략적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동안 본지 글로벌이코노믹은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 능력을 중장기 국가 전략의 목표로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선도적으로 제기해 왔다. 자체 핵무장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고, 외교적 파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국가 전략의 수준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조건부 선언과 단계별 실행 계획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북한 수호이 공격기의 변신은 바로 이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북한이 재래식 정밀 타격 수단까지 겹겹이 쌓아 올리는 상황에서, 비핵 재래식 보완책만으로 국가 생존을 설계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한국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


갈마비행장에 선 낡은 수호이 공격기 날개 아래 매달린 타우러스를 닮은 순항미사일은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여전히 비핵과 재래식 보완책이라는 안락한 전제 속에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북핵과 미사일 구조를 숫자와 개념만으로 관리하려 들 것인가. 아니면 자체 핵무장 전략을 포함해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주권 국가로 남기 위한 대전략을 설계하기 시작할 것인가.

선택을 미루는 시간만큼 북한의 핵과 재래식 투발 능력은 더 정교해지고, 한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줄어든다. 그때가 되면 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이 대신 대답을 내려 버릴 것이며, 한국은 그 결정에 따라가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지금의 수호이 공격기 무장 공개는 바로 그런 미래를 피하기 위해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답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