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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아파치 가디언’ 96대 47억 달러 계약… 글로벌 방산, ‘현지 생산’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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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아파치 가디언’ 96대 47억 달러 계약… 글로벌 방산, ‘현지 생산’이 대세

보잉, 폴란드와 역대 최대 규모 헬기 도입 합의… 이집트·독일, 자체 공급망·대드론 체계 구축 가속
미 아파치 헬기의 모습. 사진=미 육군이미지 확대보기
미 아파치 헬기의 모습. 사진=미 육군
전 세계 방위산업 트렌드가 단순한 완제품 구매에서 지속 가능한 유지보수현지 생산 기술 이전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아미레커그니션(Army Recognition)과 디펜스뉴스(Defense News)2(현지시각), 미국 항공우주 기업 보잉이 폴란드와 47억 달러(한화 약 69000억 원) 규모의 AH-64E 아파치 헬리콥터 96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폴란드가 나토(NATO) 동부 전선의 핵심 방어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이집트와 독일 등 다른 국가들도 자체적인 무기 생산 능력과 방어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 방산 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흐름으로 떠올랐다.

폴란드, 세계 2위 아파치 보유국 등극… 기술 동맹격상


보잉이 체결한 이번 계약은 미 육군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아미레커그니션에 따르면, 이번 도입으로 폴란드는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파치 공격 헬기를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 인도 시점은 오는 2028년으로 잡혔다.

주목할 점은 계약에 포함된 절충교역(Offset)’ 내용이다. 단순히 기체만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 현지 방산기업들이 아파치 헬기의 유지·보수(MRO)와 훈련 시스템, 복합소재 연구에 직접 참여한다.

크리스티나 우파 보잉 공격헬기 프로그램 부사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폴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아파치 함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폴란드 방위산업에 장기적인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한국과 폴란드가 맺은 K2 전차 및 K9 자주포 계약과 유사한 흐름이다. 구매국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한국 방산 수출 전략에서도 현지화가 필수 조건임을 시사한다.

아파치와 자바르 드론 제원 비교. 제공=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제작이미지 확대보기
아파치와 자바르 드론 제원 비교. 제공=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제작


전쟁은 보급이다… 록히드마틴, 유지보수에 5200만 달러 수주


무기를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운용 유지. 미국 군사 전문지 더디펜스포스트(The Defense Post)2일 미 육군이 록히드마틴과 5200만 달러(763억 원) 규모의 하이마스(HIMARS) 및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번 계약은 오는 20315월까지 텍사스 그랜드프레리 시설에서 부품 수급과 정비를 전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 정밀 타격 체계의 가동률 유지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호주, 캐나다, 에스토니아 등 세계 각국이 하이마스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록히드마틴은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에 대응해 정비망을 확충하고 있다. 이는 무기 수출 이후 후속 군수지원(ILS) 시장이 신규 판매 못지않은 거대 시장임을 증명한다.

이집트의 도약… 라팔 부품 국산화와 자폭 드론공개


중동의 군사 강국 이집트는 무기 수입국에서 생산국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집트 인디펜던트와 넥스트젠디펜스(NextGen Defense)2일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위산업전시회(EDEX 2025)’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집트 아랍산업화기구(AOI)는 프랑스 다소 항공의 라팔(Rafale) 전투기 부품을 최초로 현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언론 마아리브는 이집트가 단순 구매자를 넘어 전투기 공급망의 파트너로 진입했다이스라엘은 이집트 공군의 급격한 팽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비대칭 전력의 확충이다. 이집트는 이날 이란의 샤헤드-136’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장거리 자폭 드론 자바르-150(Jabbar-150)’을 공개했다. 사거리가 2000km에 달하는 이 저비용 드론은 고가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성비 무기로 꼽힌다.

넥스트젠디펜스는 강대국들이 첨단 정밀 무기에 집중할 때, 중견 국가들은 저비용 대량생산 공격 무기로 비대칭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독일, AI창과 방패대결 참전… 드론 요격 체계 시험


저가형 드론의 위협이 커지자 선진국은 고도화된 방어 체계로 맞서고 있다.

독일 방산기업 디엘 디펜스(Diehl Defence)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대드론(Anti-Drone) 요격 시스템 시험에 성공했다고 넥스트젠디펜스가 2일 보도했다. 시험에 성공한 스카이 스피어(Sky Spher)’ 시스템은 레이더와 광학 센서가 AI로 표적을 자동 식별하고, 전기로 구동되는 시카다(CICADA)’ 미사일을 발사해 드론을 격추하거나 그물을 쏴 포획한다.

디엘 디펜스 측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소형 드론부터 고고도 고정익 드론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다층 방어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창(드론)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요격 체계) 역시 AI를 입고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방산, ‘현지화비대칭 대응기술 확보가 과제


이번 외신 보도들은 한국 방위산업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폴란드의 아파치 도입 사례에서 보듯, 대규모 무기 수출은 필연적으로 현지 생산 거점 마련과 기술 협력을 동반해야 한다.

방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단순 완제품 수출 시대는 저물고 있다유지보수(MRO) 시장 선점과 현지 공급망 구축이 수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집트의 저가 드론과 독일의 AI 요격 체계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크게 참고할 만하다. 북한 역시 저비용 무인기 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 군과 방산 기업은 고성능 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사례처럼 저비용 고효율타격 체계와 이를 방어할 독일식 AI 요격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오는 2026년 이후 국제 방산 시장은 누가 더 오래 버티게(유지보수) 해주느냐누가 더 효율적으로 막아내느냐(대드론)’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