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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의장 지명, 2026년으로 연기"...케빈 해싯 유력 속 킹달러·금리 불확실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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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의장 지명, 2026년으로 연기"...케빈 해싯 유력 속 킹달러·금리 불확실성 증폭

최종 후보 1인 압축, NEC 위원장 케빈 하셋 유력... 베선트 고사
연준 이사직 선임 절차 '변수'... 미란 이사 후임 활용 가능성
인선 지연에 연말 '리더십 공백'... 한국 환율·증시 변동성 경고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을 내년 초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중 지명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뒤집은 것으로, 월가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런스는 지난 2(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열린 내각 회의에서 차기 연준 의장 인선과 관련해 "아마도 내년 초(early next year)에 누군가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언급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도 지난 주말 차기 의장을 결정했다고 언급해 시장에서는 이번 주 내 발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터였다.

좁혀진 후보군, 케빈 해싯 '1' 체제


트럼프 당선인은 구체적인 후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후보군이 상당히 압축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10명의 후보 명단에서 이제 단 한 명(finalist)으로 좁혀졌다"라고 밝혔다.

월가와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한 명'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내며 감세 정책을 설계한 대표적인 공급 중시 경제학자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베선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스콧(베선트)에게 연준 의장직을 제안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가 원하지 않았다"라고 확인했다. 이 밖에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현재로서는 해싯 위원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복잡한 셈법, '이사직 선임' 선결 과제


이번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연준 의장 선임 절차상의 기술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상 연준 의장은 반드시 현직 연준 이사(Governor)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만약 해싯 위원장처럼 현재 연준 이사가 아닌 외부 인물을 지명하려면, 상원에서 연준 이사 인준을 먼저 받은 뒤 의장 인준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이중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배런스는 오는 1월 임기가 끝나는 스티븐 미란 이사의 후임 자리를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되지만,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다. 파월 의장이 조기 사임하지 않는 한 빈자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미란 이사의 임기 만료 시점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안개 속 통화정책...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연준 의장 지명이 해를 넘기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분간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명확한 신호를 원했지만, 시계(視界)가 흐려진 셈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차기 연준 의장의 성향이 확인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싯 위원장이 지명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저금리 선호'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연준 의장 인선이 늦어지면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연준의 독립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길어질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이는 달러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지연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길들이기를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의 잔여 임기 동안 그를 압박하면서, 차기 의장을 통해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2026년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경제는 '트럼프의 입''연준의 향방'을 주시하며 숨죽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