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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물량 풀어도 소용없다…D램값 60% 폭등 '패닉 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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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물량 풀어도 소용없다…D램값 60% 폭등 '패닉 바잉'

서버용 모듈값 70% 치솟아…'부르는 게 값'인 슈퍼 셀러 마켓 도래
빅테크만 물량 확보, 중소 업체는 '속수무책'…내년 1분기 최대 40% 추가 인상 전망
11월 D램 현물 가격이 한 달 새 60% 폭등하며 철저한 '공급자 우위(Seller's Market)'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서버용 모듈 물량을 일부 풀었지만 시장의 '패닉 바잉'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11월 D램 현물 가격이 한 달 새 60% 폭등하며 철저한 '공급자 우위(Seller's Market)'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서버용 모듈 물량을 일부 풀었지만 시장의 '패닉 바잉'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2025년 12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례 없는 '가격 공포'에 휩싸였다. AI(인공지능)발 수요 폭발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가 4분기 막바지에 긴급 처방으로 서버용 물량을 일부 풀었지만, 타오르는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철저한 ‘공급자 우위(Seller-driven)’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비명 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의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는 3일(현지시각) '삼성전자의 제한적 공급과 4분기 말 메모리 폭등'을 보도하며 긴박한 시장 상황을 전했다. 본지가 이를 분석한 결과, 현재의 가격 급등세는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D램 한 달 새 60% 폭등…'브레이크'가 없다


11월 메모리 현물 시장은 이성을 잃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수직 상승하며 시장 예측을 비웃었다. 특히 DDR5 제품군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급등세를 이어가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주력 제품인 DDR4 16Gb(기가비트) 칩 가격은 개당 42.5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월 대비 무려 60% 이상 폭등한 수치다. DDR5 16Gb 현물 가격 역시 11월 한 달간 55% 뛰었고, 구형 모델인 DDR4 8Gb조차 56%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512Gb 웨이퍼 가격은 2월 대비 3배, 전월 대비 80% 폭등한 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물건만 있으면 무조건 산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찔끔' 공급, 시장은 '요지부동'


가격 통제 불능 상태가 우려되자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움직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월 말부터 서버용 DDR5 RDIMM과 DDR4 모듈의 소규모 출하를 시작했다. 10월 공급 절벽에 비하면 숨통이 트였지만, 말 그대로 '언발에 오줌누기'였다.

오히려 공급 부족이 확인되자 가격은 더 뛰었다. 최근 공급된 서버용 DDR5 모듈의 4분기 가격은 3분기 대비 70% 가까이 치솟았다. 당초 예상치(50~6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 확대를 억제하고 가격 인상 고삐를 죄면서, 시장 가격 결정권은 완벽하게 공급사로 넘어갔다.

"서버가 상전"…중소형사 철저히 소외


시장의 양극화는 가혹하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등 '큰손'들에게 물량을 몰아주면서, 중소형 업체들은 물량 확보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현재 서버용 LPDDR5 제품은 일반 소비자용보다 50~60% 비싼 값에 팔린다. 수익성을 좇는 제조사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삼성전자가 11월 중순 D램 견적을 재개하며 30~40% 인상된 가격을 불렀지만, 그마저도 재고가 없어 중소 업체들은 현물 시장에서 3~5배 비싼 웃돈을 주고 제품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미국계 기업들이 100~150% 인상된 견적을 제시하며 배짱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분기 '2차 가격 쇼크' 온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 1분기 메모리 가격이 4분기 대비 최소 20%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공급 우선' 기조가 유지될 경우 인상 폭이 40%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공급망 관계자들은 "내년 1분기 인상 폭이 20%를 넘어가면 다수의 고객사가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대만과 중국의 메모리 모듈 업체들은 가격 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이미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AI와 서버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메모리 시장의 '가격 공포'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