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규제 탓 8억 달러 증발"…'MI308' 판매액 15% 정부 납부 조건 수용
엔비디아·화웨이 독주 막으려 '고육지책'…성능 낮춘 맞춤형 칩으로 재진입
엔비디아·화웨이 독주 막으려 '고육지책'…성능 낮춘 맞춤형 칩으로 재진입
이미지 확대보기5일(현지시각) 중국 IT 전문 매체 열점과기(熱點科技)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주최한 '빅 인터뷰(Big Interview)'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공식화했다.
1조 날리고 "세금 내는 게 이득"
리사 수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AMD는 중국 시장에 'MI308' 칩 수출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 15%의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발생한 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절박한 판단이 깔려 있다.
앞서 지난 7월, AMD는 중국 시장 맞춤형으로 개발한 MI308 AI 칩에 대해 미 상무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획득했다. 당시 허가의 전제 조건이 바로 대중국 판매액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적국(敵國)으로 간주되는 중국에 첨단 기술을 파는 대가로 치르는 '징벌적 통행세' 성격이 짙다.
이러한 방식은 AMD만의 사례가 아니다. 최대 경쟁사인 엔비디아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15%의 세금 납부 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숨통을 일부 트여주면서도 징벌적 과세를 통해 통제권을 유지하는 새로운 규제 모델을 정립한 셈이다.
성능 낮춘 'MI308', 족쇄 찬 춤
AMD가 중국 시장에 투입하는 'MI308'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기준을 교묘하게 비껴가도록 설계된 '맞춤형 다운그레이드' 제품이다.
매체에 따르면 MI308은 최신 MI350 시리즈와 동일한 방열 설계(Thermal Design)를 채택해 '냉판식 액체 냉각(Cold plate liquid cooling)' 기술을 지원한다. 그러나 핵심 성능 지표인 연산 능력은 엄격히 제한했다. FP8(8비트 부동소수점) 기준 연산 성능을 규제 상한선인 320 테라플롭스(TFLOPS) 이내로 억제한 것이다.
대신 메모리 효율성은 극대화했다. 메모리 아키텍처 최적화를 통해 48GB 용량의 HBM2(고대역폭메모리)를 탑재하고, 2.8TB/s의 메모리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비디오 스트리밍 실시간 분석이나 자율주행 데이터 전처리 등 초고성능 연산보다는 데이터 처리량이 중요한 특정 시장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스펙이다.
42조 中 시장, 물러설 곳 없다
AMD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중국 수출을 강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 AI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데이터에 따르면, 2028년 중국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바로 고성능 AI 칩이다.
현재 중국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미 엔비디아는 H20 칩을 통해 규제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으며, 화웨이(Huawei)·인스퍼(Inspur·랑차오)·캠브리콘(Cambricon)·센스타임(SenseTime)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이 '애국 소비'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자체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지능형 연산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AMD가 머뭇거릴 경우, 글로벌 2위 자리는커녕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매체는 "AMD가 중국 시장에서 발을 붙이려면 성능 개선과 가격 정책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의 타협(세금 납부)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미래의 발전 공간을 확보하려는 현명한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MD의 이번 결정은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실리를 챙기기 위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처절한 생존 전략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5%의 세금은 AMD가 치러야 할 '입장료'이자, 중국 시장 수성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비용인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