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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전력망 병목에 연 52억 유로 손실...한국도 72조 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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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전력망 병목에 연 52억 유로 손실...한국도 72조 원 투자

재생에너지 확대로 송전망 혼잡 심화...2030년 손실 260억 유로 급증
회원국 협력시 5600억 유로 절감 가능...피레네 등 8대 에너지 하이웨이 추진
유럽연합(EU)이 전력망 병목으로 연간 수십억 유로 손실을 겪자 중앙집중식 그리드 확충 전략으로 전환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간 에너지 인프라 조정을 강화하는 하향식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전력망 병목으로 연간 수십억 유로 손실을 겪자 중앙집중식 그리드 확충 전략으로 전환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간 에너지 인프라 조정을 강화하는 하향식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연합(EU)이 전력망 병목으로 연간 수십억 유로 손실을 겪자 중앙집중식 그리드 확충 전략으로 전환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간 에너지 인프라 조정을 강화하는 하향식 계획 수립에 나섰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전력망 건설 지연이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목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유럽은 송전망 혼잡과 병목으로 매년 수십억 유로 가치를 잃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52억 유로 손실, 8년 뒤 5배 급증


EU 에너지규제기구(ACER) 통계에 따르면 전력망 혼잡 비용은 202252억 유로(893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260억 유로(446600억 원)5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손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있다. 풍력과 태양광은 석탄·가스 발전소와 달리 분산된 다수 지역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르겐센 위원은 "에너지를 두고 역내 시장이 토마토나 치약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역설"이라며 "에너지는 경쟁력과 안보,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인데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EU는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문서 초안에서 "에너지 인프라 계획을 위한 포괄적 중앙 시나리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브뤼셀은 투자가 필요한 지역을 파악하고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해결할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격차 메우기' 과정도 진행한다.

회원국 조정 강화로 5600억 유로 절감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너지벤데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이 에너지 인프라 계획을 부문 간 조정하면 2030년부터 2050년까지 5600억 유로(9619900억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보고서는 "하향식 시나리오 구축 접근법이 투자가 필요한 지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 이베리아반도 대규모 정전과 여름 그리스의 전기요금 급등 사태는 브뤼셀의 개입 필요성을 높였다고 EU 관계자들은 전했다.

브뤼셀은 현재 수년이 걸리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EU 차원 노력도 추진한다. 다만 니콜라스 곤살레스 카사레스 스페인 사회주의 의원은 "새로운 접근법이 환경 보호를 무시하고 묵시적 승인을 전제해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새 방식의 첫 시험대는 피레네산맥 횡단 연결선, 키프로스와 유럽 본토 연결 케이블, 남부·남서부 유럽 수소 파이프라인 등 8'에너지 하이웨이'가 될 전망이다.

한국도 송전망 부족에 72조 원 투자


한국도 유사한 전력망 병목을 겪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6월 발표한 11차 송변전 설비 계획에서 2038년까지 728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전남·전북 등 남부에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 호남권 평균 전력 수요가 6.2GW에 그치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 설비는 11GW에 달했다. 2031년까지 32GW 규모가 추가로 계통 접속을 기다리고 있어 총 43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력 수요를 초과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송전망 부족과 겹치며 출력 제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율은 19%로 오른 뒤 24~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력 업계에서는 EU처럼 체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보내기 위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방식을 도입했다. 당초 2036년까지 4GW2개 루트로 계획했던 것을 2GW4개 루트로 변경해 2031, 2036, 2038년 단계별 준공을 추진한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2월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건설 사업 추진 동력을 높이고 주민 친화형 변전소 확대로 전력설비 수용성을 높여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