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괌을 미사일 방어와 전략 폭격의 허브로 재편하는 변화는 중국과의 군사 경쟁 심화를 넘어 한국의 확장 억제 구조까지 다시 설계하게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괌을 태평양 군사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격상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병력 조정이 아니라 신냉전 구도의 공간 배치를 다시 짜는 중대한 전환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싱가포르의 해양 산업 전문 매체인 매리타임 페어트레이드(Maritime Fairtrade)지가 12월6일 보도한 미국의 해병대 병참 전력 괌 전진 배치와 통합 미사일 방어망 구축 계획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이 갖는 대중 패권 전략 차원의 함의 및 국제 질서 차원의 의미와 함께 한국의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의 대응 전략을 분석했다
미국이 선택한 새로운 군사 중심축, 왜 하필 괌인가
매리타임 페어트레이드는 먼저 괌이 미국 본토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영토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섬은 서태평양에서 미군이 운영하는 각종 전력을 뒤에서 떠받치는 지원 기지인 동시에, 유사시 전진 배치된 전력을 다시 수용하고 재정비하는 후방 허브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기능이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와 역할을 나누어 맡아 왔다. 그러나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급속히 고도화되면서 오키나와는 전쟁 개시 초기에 집중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전초기지로 변했다. 미국은 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병참과 공중 지원 능력의 상당 부분을 보다 후방이면서도 작전 반경 안에 있는 괌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이것은 공간상의 단순 후퇴가 아니라, 미군이 전략적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방어선과 병참선을 재배치하는 선택이다.
사드와 지상형 이지스, 통합 방공망이 만드는 미사일 방어 허브
매리타임 페어트레이드지 보도의 핵심은 괌이 단순한 출동 기지가 아니라 통합 미사일 방어의 허브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는 괌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지상형 이지스 체계, 통합 화력 방어 능력을 가진 지상 방공 시스템이 결합되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더해 장거리 탐지에 특화된 위상 배열 레이더가 배치되면서 괌은 태평양 전역에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극초음속 전력까지 포착하고 요격할 수 있는 하나의 큰 방패로 설계되고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계획의 속도다. 당초 중장기 과제로 여겨졌던 지상형 이지스 배치를 미국이 앞당기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도는 지적한다. 이는 미군이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강을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시간과의 경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리타임 페어트레이드지는 괌이 완성되면 서태평양에서 가장 중요한 공중 및 미사일 방어 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은 방어 임무 일부를 괌에 넘기고, 보다 적극적인 해상 통제와 분쟁 억지 임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괌의 방패가 단단해질수록 미 해군의 칼날은 바다 위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중국을 겨냥한 방어인가, 새로운 군비 경쟁의 기폭제인가
싱가포르 매체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지 미국의 방어 태세 강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짚는다. 미국은 이를 자국과 동맹국을 향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을 겨냥한 포위망이 더욱 정교해지는 과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보도는 미국이 서태평양에서 전략적 후퇴가 아닌 일종의 한 걸음 물러서기식 전진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줄에 내세웠던 오키나와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보다 안전하고 여유 있는 공간에 거대하고 복합적인 방어 허브를 구축함으로써 언젠가 벌어질 수 있는 대규모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중국이 가만히 지켜볼 리 없다. 중국은 이미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과 장거리 정밀 타격 수단을 증강해 왔다. 괌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괌을 마비시킬 새로운 수단을 개발하려 할 것이고, 이는 다시 미국의 방어 강화와 군비 경쟁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매리타임 페어트레이드지는 이러한 흐름이 신냉전식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태평양의 중심부가 하나의 거대한 미사일 방어와 공격 시스템으로 변모하는 순간, 지역의 전략 균형은 안정이 아니라 긴장 속의 균형이 된다.
괌 중심 전략이 국제 질서에 던지는 신호
괌의 재편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 경쟁을 지리적으로 재배치하는 사건이다. 냉전 시기 유럽에서 독일과 폴란드가 긴장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신냉전의 군사적 중심은 점점 더 태평양의 섬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는 몇 가지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먼저, 미국의 전략 관심이 대서양과 중동에서 인도 태평양으로 확실히 이동했다는 신호다. 괌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군사적 중점 배치는 앞으로 벌어질 큰 갈등의 무게 중심이 이 바다 위 작은 섬들을 둘러싸고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다음으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역할과 부담이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다. 괌이 혼자 버티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는 각종 레이더, 정보 자산, 보급 기지, 해상 전력이 주변 동맹국과 연계될 때 비로소 하나의 체계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군사 전략과 해운, 에너지, 정보 인프라가 더 이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신호다. 괌이 미사일 방어 허브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 주변 해역과 항로, 케이블과 항만, 연료 보급망을 모두 전략 자산으로 바꾸어 놓는다.
한국 안보에 미치는 직접적 함의
한국에게 괌은 지리적으로는 멀어 보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이미 깊이 연결된 공간이다.
첫째, 괌은 한반도를 향한 미군의 전략 폭격기와 장거리 정찰기의 출발점이자 귀환 지점이다.
유사시 한반도 지원에 투입될 대형 폭격기와 공중 급유기, 정찰 자산은 괌을 거점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괌의 생존성과 작전 지속 능력은 곧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의 실질적 신뢰도와 직결된다.
둘째, 괌에 구축되는 통합 미사일 방어망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포함하는 지역 방어 체계의 상위 레이어가 된다.
한국 상공으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은 한반도와 일본, 괌의 센서와 요격 체계가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구조 속에서 관리될 것이다. 이 말은 곧 한국의 방공 전략이 더 이상 국지적 차원에서만 설계될 수 없다는 뜻이다.
셋째, 괌이 공격과 방어의 최전선이 되는 순간 중국과 북한의 전략 계산에도 변화가 생긴다.
중국은 괌의 방패를 우회하기 위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고민할 것이며, 북한은 유사시 미국 증원 전력을 괌에서부터 끊어내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괌과 함께 하나의 작전 공간으로 묶이게 된다.
한국 경제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
괌 중심 전략은 한국의 경제와 산업에도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하나는 위험의 측면이다.
서태평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이 지역은 해상 보험료와 물류 비용이 증가하는 고위험 해역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한국의 수출입 물량 상당 부분이 이 바다를 지나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긴장 고조는 곧 운송 비용과 공급망 리스크의 확대를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기회의 측면이다.
괌의 미사일 방어 허브와 군사 인프라 확충에는 레이더와 통신, 군사 건설, 전력 공급, 항만 시설, 군수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첨단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조선과 건설, 정보 통신,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적지 않다.
또한 한국은 해군력과 해양 감시 능력, 해양 상황 인식 기술에서 괌과 연계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스스로의 안보와 산업 기반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대응 전략
한국이 괌 중심 전략 시대에 취해야 할 대응은 군사, 외교, 경제를 아우르는 입체적 전략이어야 한다.
한국은 먼저 괌을 포함한 미군의 인도 태평양 전략 구조 속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반도 방어에 국한된 동맹이 아니라, 태평양 전역의 안정과 억지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은 자국의 방공망과 미사일 방어 체계를 괌과 연동되는 넓은 구조 속에서 설계하되, 독자적 억지력도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확장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과 동시에 한국 스스로 특정 수준 이상의 공격을 감당하고 반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괌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활동이 통제 불능의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투명성 제고와 위기 관리 메커니즘 구축에 한국은 이해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괌 중심 전략이 가져올 산업적 파급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해, 방산과 해양, 정보 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선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위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 변화를 국가 역량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전환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괌은 이제 단지 미국의 외딴 군사기지가 아니다. 그 섬의 변화는 태평양의 전략 균형을 바꾸고, 한국의 미래 안보와 경제 지형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변수다. 한국이 이 변수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신냉전의 바다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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