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양 경쟁 시대의 도래와 한국이 직면한 전략적 선택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고조되는 중·일 군사 경쟁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고조되는 중·일 군사 경쟁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들어 심화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대치가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산되며 해양 질서의 불안정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해군의 활동 범위는 오키나와와 미야코 해협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확장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의 신임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자국의 안보 위기로 간주한 이후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월6일 일본 항공자위대가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에 강하게 항의한 사건은 양국 간 긴장이 일시적 돌발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 충돌 구조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인도양과 서태평양, 남중국해를 잇는 거대한 해양 공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역내 정세 변화와 관련 인도 매체인 오가나이저(Organizer)가 12월7일 보도한 내용을 중심으로 중·일 간의 최근 군사적 갈등이 역내 질서와 나아가 국제 질서에 초래할 변화와 함께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대한 영향과 대응 전략 등을 심층 분석했다.
중국의 해양 전략과 일본의 대응이 만들어낸 충돌의 지점
중국은 해양 강국 전략을 바탕으로 대만 주변과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공간으로 통합하며 세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려는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 등의 다자적 협력체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방향이다. 일본은 방위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며 스스로를 해양 안보 국가로 전환시키고 있고, 대만 유사시에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이 변화는 중국의 해양 진출과 맞물리며 더욱 불안정한 전략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역을 둘러싼 군사적 접촉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인도태평양 전체가 하나의 전략 무대로 수렴되는 양상이 가속되고 있다.
중·일 갈등이 재편시키는 동아시아의 전략 환경
동아시아 질서는 대만과 오키나와, 동중국해가 하나의 연쇄 위기 공간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일본은 대만에서의 위기를 자국 안보에 직접 연결된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일본을 대만 문제의 개입 세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여 오키나와와 난세이 제도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도 필리핀 정찰기 사건과 같은 무력적 행동이 반복되고 있어 해양 전체가 동시다발적 긴장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직면할 전략 환경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위기는 더 이상 독립된 사안이 아니라 대만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광역적 작전 구상과 연동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이 직면한 안보와 국익의 도전
한국은 해상 교통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과 수출 물량 대부분이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인도양을 거치므로 인도태평양의 긴장은 곧바로 경제 안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해양 항로가 군사적 훈련장으로 변하는 순간 한국의 에너지 안전과 물류 네트워크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라는 정치적·전략적 고민을 동시에 안게 된다. 중국과 일본의 대치가 심화될수록 한국은 양국과의 경제적·안보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압박을 받게 된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대응 방향
한국은 해양 상황 인식 능력을 강화하여 동중국해와 서해, 남중국해, 동해를 포함한 광역 해역의 변화를 독자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감시 능력 없이 위기 대응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한·미·일 협력은 해양 안보라는 공동 이익의 틀 속에서 재정의되어야 하며,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해양 협력을 분리해 관리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관계 역시 단절이 아니라 위험과 협력을 선별해 관리하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과의 해양 협력 확대는 한국에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으며, 해양 법치와 항행의 자유를 중심으로 한 연대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의 중견 안정세력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새로운 해양 경쟁의 시대에서 한국이 서야 할 자리
중국과 일본의 해양 경쟁은 단순한 주변국 간 갈등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질서 전체의 재편을 예고하는 구조적 변화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관찰자일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해양 교통로의 안전을 지키고 국가 생존의 기반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외교와 안보, 경제 정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지금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장은 한국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어떤 전략과 어떤 체계와 어떤 결정으로 이 새로운 시대를 건널 것인가. 그 답을 마련하는 과정이 곧 한국의 국가 전략이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